임신건수는 경기선행지표?…"침체 6개월 전부터 아이 덜 가져"

입력 2018-02-26 17:08
임신건수는 경기선행지표?…"침체 6개월 전부터 아이 덜 가져"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임신 건수로 경기침체 도래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임신한 여성 수와 경기침체 사이에 연관관계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는 1989년부터 2016년까지 1억900만 건의 출생데이터에 근거해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졌던 199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초반, 2000년대 후반 임신 건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추적했다.

연구결과 임신한 여성 수는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최소 6개월 전부터 감소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일례로 세계 금융위기가 도래하기 전인 2006년 상반기와 2007년 상반기 사이에 미국의 임신 건수는 조금 늘었지만 2007년 3분기에는 미 증시가 전에 없던 호황을 누렸는데도 불구하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동안 출생률이 경기사이클을 좇아가는지를 분석한 연구는 있었지만 임신 건수가 경기침체의 선행지수라는 점을 규명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를 진행한 대니얼 헝거먼 노트르담대 교수는 경기침체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논쟁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전 임신 건수가 명확하게 줄어든 점은 놀라웠다고 전했다.

그는 "전문가 아무도 침체가 올지 예측하지 못했고, 경영 리더들도 첫 몇 달간은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확신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의 또 다른 저자인 케이시 버클스 노르트담대 교수도 "아이를 가지려는 결정에는 미래 경기에 대한 낙관 정도가 반영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임신 건수가 소비자신뢰지수, 불확실성지수와 마찬가지로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선행지수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 로더의 리어나도 로더 회장은 지난 2001년 경기와 화장품 판매 간 역(逆)의 관계가 성립한다며 '립스틱 지수'를 주장한 바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의장도 불황이면 부인들이 남편 속옷 사기를 꺼려 판매가 줄어든다며 남성 속옷과 경기와의 연관성을 지적한 바 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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