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서 '다국적기업 미 로비 공개법' 추진
미 공무원 접촉사실 공개해야…다국적기업 "끔찍하다" 반대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미국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이 자사와 미국 정부 관리들 간의 접촉 내용을 공개토록 하는 법안이 미 의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발의된 '외국영향공개법(Disclosing Foreign Influence Act)'의 입법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었으나, 과거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집권당을 위한 로비 전력이 드러나면서 물러난 폴 매너포트 때문에 발의됐다.
매너포트가 로버트 뮬러 특검에 의해 작년 10월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다음 날, 공화당의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상원의원과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하원의원이 법안을 냈다.
매너포트가 미국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면서도 '외국대리인(foreign agent)'으로 등록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기 때문에, 이런 허점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외국 정부의 소유이거나, 적어도 외국 정부의 영향권 하에 있는 다국적기업이 미국 정부에 로비하는 것을 감시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시행된다면 다국적기업의 누가 어떤 미국 연방정부의 관리를 접촉했는지, 그런 다국적기업을 대행하는 미국 로비스트나 기업은 누구인지 등이 상세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FT는 전했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민감한 '기밀'이 외부에 노출되는 불리한 법이어서 롤스로이스, 바이엘, 지멘스 등 대형 다국적기업들은 미 의회를 상대로 법안 수정을 유도하는 로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 자체에도 맹점이 있다. 다국적기업의 미국 법인이 고용한 미국인 직원이 '외국대리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한 무역 분야 관계자는 "캐나다 자동차부품 회사나 독일 식품회사에 고용된 미국인을 외국 정부의 요원으로 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 법안의 모태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1938년 제정 '외국대리인 등록법'이다. 그러나 다국적기업들은 발의된 내용대로 시행된다면 미국에서 경쟁력을 잃을 게 뻔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DC 지사에서 일하는 한 유럽 기업의 간부는 "당신의 경쟁기업은 당신이 미국에서 하는 일을 유리알 속처럼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며 "결과가 끔찍하다"고 말했다.
quinte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