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 이원근 "고교때 일탈경험 없지만, '학폭' 심각성 공감"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하는 영화예요. 그런데 막상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이 나와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원근(27)은 정작 학생들은 영화 '괴물들'을 못 본다며 아쉬움부터 드러냈다. 다음 달 8일 개봉하는 '괴물들'(김백준 감독)은 10대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다.
영화는 교내 서열 1인자가 사물함 속 제초제가 든 음료수를 마신 뒤 병원으로 실려 가면서 시작한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는 여우가 왕 노릇을 하는 법. 서열 2위인 양훈(이경 분)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재영(이원근)을 괴롭힌다.
영화 속 10대들은 약육강식의 원리를 너무 빨리 체득한다. 이들이 서열을 결정짓는 방법은 폭력이다. 적당한 '먹잇감'을 골라 힘으로 짓밟고 다른 이들에게 본보기를 보인다.
이원근이 맡은 재영이라는 인물은 바로 약육강식의 희생양이다. 비록 영화 속 장면이지만, 이원근은 촬영 내내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촬영장에 갈 때마다 맞는 장면을 찍었거든요. 그때마다 울부짖거나 하는 감정연기를 해야 했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죠. 제가 맞고 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악몽을 너덧 번 꿀 정도였죠."
극 중 재영은 살아남는 법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또 다른 약자를 찾아 가해자가 되거나, 아니면 강자와의 연대를 통해 그들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재영은 양훈이 여학생 보영(박규영)을 상대로 어려운 '미션'을 주문하자, 보영과 똑 닮은 순박한 예리를 통해 그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그 때문에 예리는 엄청난 수난을 겪는다. 폭력의 피해자였던 재영이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로 바뀌는 순간이다.
"현실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10대의 모습이긴 하죠. 하지만 10대들은 충동적이잖아요. 당장의 왕따로서 삶을 벗어나고 싶은데, 그것을 충족시킬 방법은 없고…. 관객들도 타당성이 있다고 느낄 수 있게 재영의 감정을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이원근은 평범한 학생이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지만, 그의 학창시절은 실제로는 딴판이었다고 한다.
"정말 '일탈'이라고 부를 만한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요. 컨베이어벨트처럼 한 번도 멈춘 적도, 빨리 가거나 늦게 간 적도 없었죠. 성격이 무척 내향적인 데다, 부모님도 엄하셨기 때문에 아버지 말을 거역한 적도 없어요. 공고를 가서 기술을 배운 것도 아버지의 조언을 따른 것이었죠."
그런 그가 배우가 된 것은 아마 그의 삶에 최고 '일탈'이었을 법하다.
공무원을 꿈꾸던 그는 스무 살 때 길거리에서 현 소속사(유본컴퍼니) 대표가 내미는 명함 한 장을 받아들었고, 1년간 고심 끝에 계약을 체결하고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이 쳇바퀴 돌던 그의 삶의 궤적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이원근의 진가는 영화계가 곧 알아봤다. 악역도, 선한 역도, 소년도, 어른 역도 가능한 그의 야누스적인 모습 덕분에 영화 '그물'(2016), '여교사'(2016)에 이어 지난 22일 개봉한 이동은 감독의 '환절기'와 이번에 '괴물들'까지 연이어 출연했다. 최근에는 영화 '명당' 촬영도 마쳤다.
"저는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고 여운과 상실감, 먹먹함이 남는 영화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출연작도 공통점이 있는 것 같고요."
별명이 '애늙은이'이고, 내성적이라는 본인의 말과 달리 인터뷰 내내 유쾌한 입담을 늘어놓은 이원근은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 에너지를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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