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팀킴' 맏언니에서 메달 지도자로…김민정 감독

입력 2018-02-26 05:32
수정 2018-02-26 11:05
[올림픽] '팀킴' 맏언니에서 메달 지도자로…김민정 감독

"직접 올림픽 무대 못 선 아쉬움 있지만…선수들 대견해"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감독님이 아닌 언니였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역사적인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컬링 대표팀의 김민정 감독은 사실 '팀 킴'의 큰언니 격이다.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등 선수 모두가 김 씨여서 여자컬링 대표팀은 외국에 나가면 자매로 오해받는다.

이들을 지도하는 김민정 감독까지 함께 있으면 무려 6자매 대가족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김영미와 김경애만 친자매지만, 대표팀은 가족처럼 돈독하게 지낸다고 자부한다. 김민정 감독은 선수들에게 언니 같은 존재다.

김 감독도 대표팀의 소속팀인 경북체육회의 선수였다.

김 감독은 경북 의성에서 컬링 환경을 개척한 김경두 의성컬링훈련원장의 딸이다.

의성에 한국 최초 컬링 전용 경기장인 의성컬링훈련원장이 지어진 것은 2006년. 김 감독은 그보다 약 11년 전인 1995년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컬링을 시작한 1세대 선수라 할 수 있다.

캐나다 컬링 유학까지 다녀온 김 감독은 늘 올림픽을 꿈꿨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마지막 경기에서 경기도청에 패배, 태극마크를 놓쳤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쓰라려한다.

김경두 훈련원장은 "민정이가 그렇게 국가대표를 하고 싶어 했는데"라고 회상하기도 한다.

당시 선발전에 나간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선수들 멤버는 김 감독과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이었다.



잠시 좌절의 쓴맛을 곱씹던 이들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두고 다시 일어섰다.

팀을 새로 정비하면서 김 감독이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이동했다.

지도자로 역할은 바뀌었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김 감독을 언니라고 불렀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몇 달 안 남기고는 '감독'으로 호칭 정리를 했다.

그만큼 김 감독도 더욱 철저해졌다.

"컬링은 경기 중 지도자가 관여하지 않는 스포츠"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선수들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가정해 혹독히 훈련하도록 했다.

올림픽 기간에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물론 매니저, 전력분석원, 미디어 관리자 역할까지 떠맡았다. 올림픽 기간 하루 수면 시간이 2∼3시간으로 단축돼 커피에 의존하며 버텼다.

여자컬링 선수들의 인기가 높아지자 선수들의 집중력을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미디어 인터뷰를 자제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취재할 권리가 있는 기자들에게 김 감독은 연신 허리를 숙여 "죄송합니다"라고 미안해하며 양해를 구해야 했다.

'한일전' 등 주목받는 경기를 앞두면 선수들에게 영향을 줄까 봐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사용했다. 예를 들어 그는 한일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일본이라는 점을 신경 쓰지 않도록 "오늘 경기가 하나 있다"라고 일정을 공지했다.



비록 선수로서 올림픽 무대를 밟지는 못했지만, 그는 지도자로서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쓴 선수들을 길러낸 것에 보람을 느낀다.

김 감독은 여자컬링 선수들을 보며 "뿌듯하기도 하고, '이만큼 성장했구나'라고 생각하면 감동적이기도 하다. 대견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이루는 선수들이 부럽지는 않으냐는 말도 듣는다.

이런 질문에 김 감독은 "소치 동계올림픽 무대에 못 선 아쉬움은 있다. 그때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선수들과 저는 지금도 함께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자로서 올림픽 메달의 한을 푼 김 감독은 "나도 추후 다시 선수로 돌아올 것"이라며 자신의 꿈도 계속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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