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반부패 칼끝', 해외 거주 이중국적자 향한다
당 간부·관료 자제 등 이중국적 활용 재산 도피 많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전방위 반부패 사정 작업을 벌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그 칼끝을 해외 거주 이중국적자로 향할 조짐을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은 최근 웹사이트에 "중국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를 어긴 개인의 비자를 무효로 하고 중국 입국도 금지할 것"이라는 특별 공지를 했다.
현재 중국 국적법은 '외국 국적의 중국 공민은 자동으로 중국 국적이 상실된다'고 규정해 이중국적을 허용치 않고 있다. 외국 시민권을 취득한 중국인은 중국 신분증과 여권을 반납해야 한다.
하지만 유학, 취업 또는 자유를 얻기 위해 외국으로 떠난 많은 중국인은 외국 시민권을 얻은 후에도 중국 신분증과 여권을 당국에 반납하지 않은 채, 중국을 드나들거나 중국 내에서 사업할 때 이를 활용한다.
중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면 중국 내 부동산 거래, 주식 투자, 상속, 은행 계좌 개설, 자녀 교육, 의료보험, 주택 지원, 연금 등에서 중국인만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해 뇌물 수수나 불법 거래 등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당 간부, 관료, 기업인 등은 해외로 자녀나 친지를 보낸 후, 이들이 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해 사정 칼날을 피하는 편법을 사용해왔다.
이들은 외국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에게 중국 당국이 함부로 사법 조처를 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이용해 재산을 빼돌린다. 이중국적을 취득한 자녀는 다시 이 재산을 들여와 중국 내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사업체를 차리기도 한다.
이러한 이중국적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ECOSOC)에 따르면 중국인 이민자 수는 1990년 410만 명에서 2013년 930만 명으로 급증했다. 중국은 이민자 수가 네 번째로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이중국적자 단속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해외의 수많은 이중국적자는 불안에 떨고 있다.
싱가포르의 중국 전문가인 리민장은 "중국 정부가 이중국적자 단속에 나서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부패 관료 등이 이중국적을 악용해 사정 당국의 칼끝을 피해왔던 것은 사실이며 이것이 단속의 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안부가 2013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이중국적자 단속에 나섰을 때 공안부에 의해 호적이 취소당한 이중국적자는 무려 100만 명을 넘었다.
미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을 가진 리안 씨는 "중국에 계신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고 아이를 중국 내 학교에 보내길 원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 삶이 산산조각이 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해외 화교의 중국 내 투자와 인재 유치를 위해 국적법을 개정, 외국 국적 화교가 합법적으로 중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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