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 지평 넓힌 김형효 한중연 명예교수 별세

입력 2018-02-25 14:52
한국철학 지평 넓힌 김형효 한중연 명예교수 별세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동서 철학의 소통을 추구하며 한국철학의 지평을 넓힌 심원(心遠)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지난 24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경남 의령 출신인 고인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에게 매료돼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 1968년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철학최고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공군사관학교와 서강대 교수를 거쳐 한중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교편을 잡았고, 연구원 부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잠시 정계에 진출해 제12대 국회에서 민주정의당 소속 전국구 의원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서양철학을 전공해 데리다와 베르그송을 포함해 프랑스 철학에 대한 다양한 연구서를 펴냈으나, 원효와 다산은 물론 맹자·순자·노자 등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철학 연구를 했다. 프랑스 철학으로 불교나 도덕경을 분석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학문적 시도를 했다.

그는 철학은 언제나 실용적이었고 그 자체가 오직 '쓰임'으로써만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선악의 문제는 물론 자유와 평등, 이기주의와 도덕주의의 대립이나 분열을 해결하는 방법은 '마음'에 있다고 강조했다.

저서는 '한국정신사의 현재적 인식', '구조주의의 사유 체계와 사상', '평화를 위한 철학', '가브리엘 마르셀의 구체철학과 여정의 형이상학', '사유하는 도덕경', '원효의 대승철학', '한국사상산고' 등 20여 권을 남겼다.

열암학술상을 비롯해 율곡학술상, 서우철학상, 원효학술상 등 권위 있는 철학상을 받았고, 옥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숙 여사와 아들 도형(육군 군무원)·도균(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6일 오전 10시 30분이다. 장지는 경기도 양평 별그리다 추모공원. ☎ 02-30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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