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팀 킴' 주역 4명 배출 의성군
국내 첫 국제 컬링센터 만들고 인재 육성…인구 5만3천여명 마늘 주산지
'안경 선배', '영미∼', '헐' 유행어에 경기방식 대부분 알아
(의성=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정말 장하다, 우리 딸들…."
25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대표 '팀 킴'이 금메달을 두고 스웨덴팀과 경기를 하는 동안 경북 의성에는'안경 선배 화이팅', '영미∼', '헐'을 외치는 대표팀 응원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의성체육관에 모여 단체 응원하던 군민 1천200여명은 아쉽지만 한국 컬링 사상 첫 은메달을 확정하자 마치 자기 딸들이 메달을 딴 것처럼 기뻐하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의성체육관뿐 아니라 마을별로 있는 회관에 모여 응원을 하던 어르신들도 "의성 딸들이 큰일을 해냈다"며 환호했다.
경북 북부 의성군은 인구 5만 3천여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농촌이다.
인구와 비교하면 면적은 1천174㎢으로 서울시 605.21㎢의 2배 가깝다. 안동과 군위·청송·예천·상주와 경계를 접하고 있을 정도로 인근 시·군도 많다.
넓은 면적에 대도시 1개 동 인구밖에 안 되는 사람이 사는 곳이어서 읍·면 소재지가 아닌 곳은 한낮에도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다.
이런 이유로 의성군은 농촌 인구 감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와 같은 뉴스가 있을 때면 빠지지 않는 곳이다.
의성이 생산하는 대표 작물은 마늘이다. 전국 최대 한지 마늘 생산지인 것이 올림픽 기간 알려지며 외국언론은 우리 대표팀 선수를 '마늘 소녀'라고 별명 짓기도 했다.
그렇다고 의성에서 마늘만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사과, 고추, 자두, 쌀, 가지 등 다양한 작물을 생산한다. 마늘은 벼수확이 끝나면 2모작으로 재배한다.
군민은 의성 마늘이 다른 곳에서 생산한 마늘보다 품질이 좋아 유명해진 것으로 본다.
또 안계면 안계평야에서 재배하는 안계미를 비롯해 다른 작물도 품질이 마늘만큼 우수하다고 여길 만큼 고향 농산물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런 의성에서 배출한 여자컬링 선수들이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대회 초반 컬링에 국민 관심은 거리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안경 선배' 김은정이 주장인 대표팀이 세계 랭킹이 높은 팀을 잇달아 격파하며 예선 8승 1패로 돌풍을 일으키고 유일한 패배를 안긴 일본과 준결승에서 설욕하자 국내 취재진뿐 아니라 외신기자들도 의성을 찾으며 한국 컬링 메카에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지난 23일 오후 준결승전 단체 응원을 전후해서는 유럽과 미국 기자들까지 의성을 찾아 취재했다.
당시 외신기자들은 한국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컬링을 위한 경기장이 전형적인 시골 마을에 들어서게 된 배경과 세계를 놀라게 한 여자 선수들이 컬링에 입문하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취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수뿐 아니라 감독까지 김씨인 데다 여중·여고 선후배이고 자매와 친구, 동생 친구, 친구 동생, 친구 언니처럼 얼핏 보면 복잡하게 보이는 여자대표팀 선수 구성, 가족관계 등도 곳곳을 다니며 캐물었다고 한다.
일본 한 방송사는 선수 가족이 경작하는 마늘밭에 직접 가서 촬영하고 의성 마늘, '팀 킴' 선수 등을 취재해 소개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군민은 한국 컬링 사상 첫 메달이 의성에 컬링장이 들어서고, 의성여고에 컬링부가 생긴 지 불과 10여년 만에 거둔 성과여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의성에는 2006년 국내 최초로 4시트 국제 규격을 갖춘 전용 컬링센터가 들어섰다.
비슷한 시기 김은정·김영미 선수가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이어 김영미 선수 동생인 김경애, 김경애 선수 친구 김선영도 컬링에 발을 내디뎠다.
군은 국내 최초 전용 컬링센터에 국내외 대회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2016년 아시아태평양선수권대회를 연 것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동안 모두 15개 국내외 대회를 유치해 우리나라 컬링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 컬링센터에서 연습한 여자 선수들이 평창올림픽에서 '첫 출전 아시아 첫 메달'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
주민 상당수는 컬링장이 군민운동장 근처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방법 등을 자세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컬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대표팀이 승승장구하고 '안경 선배', '영미∼" 등 숱한 유행어를 낳으며 인기 스타로 떠오르자 군민 대부분이 경기 방식을 알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고 한다.
지난 20일 미국전 단체 응원에 나온 한 80대 어르신은 "컬링경기장이 의성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경기방법은 잘 몰랐는데 이번 올림픽을 본 의성사람은 대부분 노란 돌(스톤)과 붉은 돌이 놓인 위치에 따라 어떻게 점수가 매겨지는지 알게 됐다"고 컬링에 큰 관심을 표시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던 컬링에 투자한 것이 빛을 보는 것 같다"며 "컬링 덕분에 시골 의성이 세계에 알려지고 의성 마늘도 더 유명해진 만큼 앞으로 컬링이 우리나라 동계스포츠를 대표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