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팀킴 아버지' 김경두 "더 단단하게 못 만들어 미안해"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여자컬링 대표팀은 25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지막 경기인 결승전을 마치고 강릉컬링센터 관중석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스웨덴에 3-8로 패해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선수들은 올림픽 기간에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관중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들이 가장 먼저 인사한 좌석에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표팀을 키운 김경두 경북 의성컬링훈련원장이 있었다.
김경두 훈련원장은 2006년 경북 의성에 한국 최초의 컬링 전용 경기장인 의성컬링훈련원 건립을 이끈 인물이다. 김민정 여자컬링 감독과 남자대표팀 선수인 김민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의성여고·의성여중을 다니던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은 이 컬링장에서 학교 체육 시간과 방과 후 활동으로 처음 컬링을 배웠고,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들이 따낸 메달은 한국 컬링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다.
김경두 훈련원장은 선수들을 직접 국제대회를 데리고 다니고 심리치료 등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금의 대표팀을 키워냈다.
대표팀은 김은정,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민정 감독까지 모두 김 씨여서 외국에서는 모두 자매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김경두 훈련원장은 6자매를 키우는 아버지로 오해받았다. 때로는 "가족이 맞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은정은 기자회견에서 "항상 저희 팀을 밀어주시고 이끌어주신 김경두 교수님과 경북체육회가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한국 체육의 역사 쓸 수 있었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내기도 했다.
김경두 훈련원장은 오히려 선수들에게 미안해했다.
그는 "선수들이 결승전이어서 부담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더 단단하게 못 만들어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컬링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정상의 자리에 서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지만, "마지막 승부를 못 넘었지만 자기 할 것을 최선을 다해 해줘서 고맙다"고 대견해 했다.
선수들이 경기 후 경의를 표한 데 대해서는 "저뿐 아니라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는데, 많은 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러 온 것 같았다"며 "그동안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신 분들께 고맙다"고 말했다.
컬링 불모지 한국에서 컬링을 개척하면서 수차례 난관에 부딪혀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나"라고 좌절하기도 했던 그지만, 이날만큼은 새 역사를 쓴 컬링 딸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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