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용 총감독이 털어놓은 원윤종 눈물·봅슬레이 4인승 도전기
원윤종, 6위 그친 2인승 마치고 통곡…"4인승은 편하게 임해"
전정린-김동현 희생 있었기에 4인승 공동 은메달 가능
(평창=연합뉴스) 하남직 김승욱 기자 =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의 꿈은 결국 이루어졌다.
원윤종(33)-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김동현(31·강원도청) 팀은 24∼25일 이틀에 걸쳐 강원도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경기에서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지난 18∼19일 열린 '전공' 2인승 경기에서 6위에 머물렀기에 '부전공'인 4인승 경기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당당히 은메달을 수확, 한국 봅슬레이 역사를 새로 썼다.
경기 후 만난 대표팀의 이용 총감독은 몹시 흥분해 있었다.
그는 "4인승 경기를 앞두고는 아예 마음을 놓았다"며 "선수들한테 '메달 신경 쓰지 말자. 어차피 4인승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며 껄껄 웃었다.
금메달을 목표로 도전한 2인승 경기를 앞두고는 이 총감독이나 선수 모두 초긴장한 탓에 숨소리도 제대로 못 냈다고 한다.
4인승 경기를 앞두고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선수들이 머무는 공간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음악도 틀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총감독은 "선수들한테 '4인승 경기는 죽기 살기로 하면서 인상 쓰지 말고 편하게 하자'고 했다"며 "선수들이 긴장할 틈을 안 줬다. 그게 먹혔다"며 환하게 웃었다.
마음 짠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소개했다.
'파일럿'(썰매 조종수) 원윤종은 2인승 경기에서 6위에 그친 뒤 통곡을 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늘 듬직하던 '맏형' 원윤종도 궁극적인 목표이던 올림픽에서 거둔 실망스러운 성적에 억장이 무너졌다.
이 총감독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 달래주려다가 말았다. 그렇게 눈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 뒤 새 각오로 4인승 경기에 나서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이 총감독은 2인승 종목에서 원윤종-서영우의 빛에 가려져 있던 김동현-전정린이 2인승 올림픽 출전권을 포기하고 4인승에 합류한 과정도 설명했다.
원윤종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3차 월드컵 연습 과정에서 썰매가 뒤집혀 목, 어깨, 허리, 허벅지를 다쳤다고 한다.
4인승 팀을 어떻게 짤지 고민하던 이 총감독은 원윤종의 부상을 계기로 올림픽까지 남은 시즌을 어떻게 운용할지 골몰하다가 김동현, 전정린을 불렀다.
이 총감독은 "너희가 올림픽 2인승 부문에 출전하지 않고 4인승에 나서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김동현은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차마 자존심 때문에 먼저 이야기할 수 없었다"며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결국, 원윤종-서영우-전정린-김동현은 4인승 경기에서 환상적인 팀 워크를 과시하며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불운'까지 '행운'으로 바꿔놓은 '해피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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