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영미 엄마' 조순희 씨 "딸들이 이렇게 유명해 질 줄이야…"

입력 2018-02-25 12:55
수정 2018-02-26 09:24
[올림픽] '영미 엄마' 조순희 씨 "딸들이 이렇게 유명해 질 줄이야…"

남편과 사별한 뒤 공장 일하며 두 딸을 홀로 키운 '장한 엄마'

"착하고 예쁘게 자란 딸 영미, 경애야 고마워…잡채 해 줄게"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낳은 최고 유행어는 '영미'다.

컬링여자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이 스톤을 던진 뒤 스위핑 방향과 속도를 지시하면서 외치는 김영미의 이름, '영미'는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만난 김영미-경애 자매의 어머니, 조순희(61) 씨는 "그저 감사하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조순희 씨는 "딸들이 이렇게 유명해질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한없이 착하고 예쁘게 자란 딸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라고 말했다.

조순희 씨는 경북 의성에서 딸 김영미-경애 자매를 홀로 키웠다. 남편과 사별한 뒤 시어머니를 모시며 두 딸을 뒷바라지했다.

삶은 순탄치 않았다. 조 씨는 의성에 있는 전봇대 제조 공장에서 일했다. 형편이 어려워지면 이웃의 농사일을 돕기도 했다.

주름이 깊게 팬 두 손이 인생의 깊이를 말해줬다.

그러나 조순희 씨는 "두 딸은 말썽 한 번 안 피우고 바르게 자랐다. 아이들을 키우는 게 수월했다"고 말했다.

자매가 어머니의 속을 썩인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의성여고 재학 시절 컬링을 배우겠다며 고집을 피운 것이다.

조순희 씨는 "힘든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반대를 많이 했다.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정말 열심히 하더라"라며 "이 자리까지 올라와 딸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만감이 교차한 듯 눈물을 글썽이던 조순희 씨는 '사윗감으로 어떤 사람을 바라는가'라는 말에 웃음꽃을 피웠다.

조 씨는 "일단 생각해봐야겠다"라며 웃었다.

그는 "딸들이 훈련하느라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집에 오면 좋아하는 잡채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컬링여자대표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스웨덴과 결승에서 3-8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순희 씨는 "괜찮다. 영미와 경애, 정말 잘했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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