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 일군 의성컬링훈련원…북유럽팀도 찾아

입력 2018-02-25 11:25
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 일군 의성컬링훈련원…북유럽팀도 찾아

2006년 완공…아무도 관심 없던 컬링 키워 기적 만들어

시설 확충…경북 북부 동계스포츠 벨트 조성 예정



(의성=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강호를 잇달아 격파하며 한국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 킴'이 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따기까지 경북 의성에 있는 경북컬링훈련원이 산실 역할을 했다.

겨울 스포츠 불모지인 경북에서 아무도 관심 없던 컬링에 눈을 돌려 평창에서 은메달을 캐낸 새역사를 이룬 곳이다.

컬링은 1995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고 경북도는 2001년 1월 전국 최초로 컬링 직장운동경기부 남자팀을 창설했다.

겨울 스포츠 불모지로 동계체전에서 만년 하위권에 맴돈 경북은 동계 종목 진흥을 위해 시설 투자에 많은 돈이 들고 기후상 어려움이 있는 스키나 빙상 대신 컬링을 선택했다.

또 컬링이 두뇌와 정신력 경기로 한국인에게 적합하고 가족, 친구 등이 함께하는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로 한국 정서에도 맞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전용 훈련장 없이 대구 실내빙상장에서 빙상선수 훈련이 끝나는 오후 10시나 11시부터 훈련에 들어가 다음 날 새벽 2∼3시까지 구슬땀을 흘리는 등 열악한 환경에도 미래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경북도와 의성군, 경북컬링협회는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경북도체육회 소속 남자 일반부가 우승을 차지하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용 훈련장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캐나다 현지 조사 등으로 민과 관이 힘을 합쳐 전국 최초로 컬링장을 만들었다.

경북도 11억5천만원, 의성군 3억5천500만원, 경북컬링협회 16억원으로 2006년 5월 의성문화체육시설 안에 국내 최초로 국제경기규격을 갖춘 4시트 짜리 컬링장을 완공했다.

정식 명칭은 경북컬링훈련원이다.

의성군은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이곳에서 모두 15개 국내·국제대회를 유치했다.

이번 올림픽 컬링 남자·여자·믹스더블 대표팀 15명 모두 경북도체육회 소속이다.

'안경 선배' 김은정 선수를 비롯해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 선수 등 컬링 국가대표 모두 이곳에서 땀을 흘리며 메달 꿈을 키웠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개조한 강릉컬링센터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국내 최고 시설로 인정받았다.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유일한 컬링경기장이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은 지난해 강릉컬링센터 완공 뒤에도 보수를 거듭하는 바람에 강릉에서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진천 국가대표 훈련장도 시설이 완비되지 않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국가대표팀은 한동안 경북컬링훈련원에서 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강릉컬링센터는 나무 바닥 체육관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의성 컬링훈련원이 또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의성군은 6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컬링장 2레인, 관람석 등을 확충할 예정이다.

그나마 3월 경기 의정부에 컬링전용경기장이 들어서면 컬링 기반이 좀 더 나아진다.

경북컬링훈련장이 들어서는 데에는 김경두 경북컬링협회 부회장 역할이 컸다.

여자컬링 대표팀 김민정 감독 아버지인 김 부회장은 의성에 최초 컬링장을 건립할 수 있도록 경북도와 의성군 등을 찾아가 설득했다고 알려졌다.

의성컬링훈련원은 이달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컬링대표팀이 베이스캠프로 삼은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의성을 찾아 베이스캠프 사용을 예약했다.

의성군은 컬링훈련원 덕분에 각종 경기를 치르며 의성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덕분에 의성이 '컬링 메카'로 부각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컬링 여자대표팀 선전으로 국민 관심이 커지자 컬링을 적극 지원하고 북부권에 동계스포츠 벨트를 조성하기로 했다.

도는 의성군, 경북도체육회와 협의해 컬링 선수단이 필요하면 전지훈련비, 컬링센터 장비구매, 컬링센터 보강 등을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해 지원한다.

장기적으로는 아이스하키, 스케이트, 피겨, 컬링 연습과 국제경기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종합빙상장을 건립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의성 컬링과 연계해 청송, 봉화, 영양에 동계스포츠 벨트를 만든다.

김장주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의성을 세계적인 컬링 도시로, 북부권을 동계스포츠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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