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민평당과 공동교섭단체 받을까 말까…내부 이견
'손익계산'과 별도로 변수 산적…공식 입장은 "제안 오면 검토"
"정치개혁에 효과적이라면 가능" vs "가건물이라도 땅이 탄탄해야"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원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이 제기되는 가운데 소수정당인 정의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만일 공동교섭단체가 실제로 추진된다면 민평당이 제안하고 정의당이 수용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의당의 내부 입장 조율에 따라 야권의 새로운 미니 질서재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
양당이 합산 의석 20석을 넘겨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정치권 전체 지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원내 존재감이 커지면서 국회 운영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은 일단 대외적으로 '판단 유보'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정미 대표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 몇 명이 얘기한 것을 우리가 의제로 올려 심각하게 토론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민평당의 공식 제안이 있으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노회찬 원내대표도 통화에서 "민평당이 공식 제안을 하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논의하거나 특정 입장을 정할 필요는 없다"며 "제안이 오면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이처럼 조심스러운 태도를 나타내고 있지만, '손익계산'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 정의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의당(6석)은 우선 민평당(14석)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되고 대중을 상대로 한 발언 기회나 언론 노출도 늘어날 수 있다.
특히 헌법 개정이나 선거구제 개편에 큰 의욕을 보이면서도 이를 논의하는 국회 헌정특위에서 비교섭단체의 한계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정의당에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반해 핵심 당원들의 예상되는 반발은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권리당원들의 의견이 주요 당론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되는 의사결정 구조상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공통분모가 제한적인 다른 당과 손을 잡았다가 자칫 당내에서 상당한 '역풍'이 불 수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했다가 불협화음을 낸 끝에 금세 무너진 전례를 들어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 두 정당이 합당하지 않고 공동교섭단체만 구성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각각 받는 국고보조금도 늘지 않기 때문에 재정적인 이점은 거의 없다.
이런 정의당의 자체 손익계산과는 별도로 민평당의 유동적인 주변 환경도 변수다.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지금은 무소속으로 남은 손금주 이용호 의원이 민평당에 합류할 수 있고, 민평당을 지지하면서도 '자진탈당시 의원직 상실' 규정에 발이 묶여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는 비례대표 '3인방'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의원이 향후 강제 출당돼 민평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민평당이 당분간 정의당에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제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독자적인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매주 화요일 의원총회를 여는 정의당은 최근 의원들이 모여 이 문제를 상의했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의원들끼리 일부 이견이 노출됐다고 한다. 민평당의 제안이 들어오더라도 내부적으로 복잡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의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실현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전제로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정당 연합 차원의 검토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의원은 "가건물이라도 땅이 탄탄해야 짓는다"며 "언제 물이 들어올지 알 수 없는 땅에는 텐트 하나 치기도 부담스럽다"고 비유해 민평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난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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