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준결승 0.01초 차 짜릿한 역전극이 이상호 은메달 발판

입력 2018-02-24 15:57
수정 2018-02-24 20:31
[올림픽] 준결승 0.01초 차 짜릿한 역전극이 이상호 은메달 발판



불리한 코스에서 초반 0.36초 차 열세를 막판 스퍼트로 극적인 뒤집기

부진했던 2017-2018시즌에도 '어차피 중요한 건 올림픽' 두둑한 배짱

여름철 수상스키 훈련, 뉴질랜드 전지훈련 등 '올림픽 완벽 대비'



(평창=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 스노보드의 간판 '배추보이' 이상호(23)가 우리나라 스키 사상 최초의 올림픽 시상대에 서게 된 결정적인 장면은 준결승에서 나왔다.

2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준결승.

오전에 열린 예선을 3위로 통과한 이상호와 2위였던 얀 코시르(슬로베니아)의 맞대결이었다.

코시르는 2014년 소치 올림픽 평행회전 은메달, 평행대회전 동메달을 따낸 선수로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우승도 네 번이나 차지한 경력이 있는 34세 베테랑이다.

특히 이날 경기는 레드 코스의 승률이 전체적으로 높았다. 블루 코스 쪽 눈이 해를 더 받아 녹으면서 레드 코스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예선 순위가 높아 코스 선택권이 있는 코시르가 레드 코스를 고르면서 경기는 시작도 하기 전에 코시르 쪽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595m의 코스를 달리기 시작하자 역시 코시르가 앞서 나갔다. 초반 랩타임에서 0.36초 차로 코시르가 앞서면서 결승 진출을 향해 줄달음질 쳤다.

하지만 두 번째 랩타임에서 둘의 격차는 0.16초 차로 줄었고 강원도 정선 출신 이상호를 응원하는 홈 팬들의 함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골인 지점에서는 둘의 스노보드가 거의 비슷한 순간에 도착했고 계기판은 이상호의 0.01초 차 승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불리한 코스에서 경기 초반 0.36초 차로 뒤지던 판세를 막판 스퍼트로 역전해낸 것이다.



이는 비시즌 훈련을 충실히 소화한 덕이다.

이상호는 설상 훈련이 불가능한 올해 여름에는 수상 스키 훈련을 통해 감각을 익히기도 했다.

균형 감각을 익히고 방향 전환 동작을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또 사용하는 근육도 비슷해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효과도 있었다.

또 8월에는 남반구인 뉴질랜드로 이동해 전지훈련을 시행하는 등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여느 때보다 더욱 충실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그러나 이상호는 2017-2018시즌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7년 12월 독일에서 열린 유로파컵에서 우승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이는 듯했지만 이후 월드컵 최고 성적이 7위에 그쳤다.

2016-2017시즌인 2017년 3월 터키 월드컵에서 은메달까지 차지했던 이상호로서는 월드컵 4강에도 한 번도 들지 못한 결과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2월 말 인터뷰에서 "월드컵 성적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올해 좀처럼 월드컵 8강 벽을 넘지 못해 주위에서는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보기도 했으나 그는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들에게 "빨리 (올림픽)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스포츠 심리 상담 전문가 조수경 박사의 조언이 많은 힘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결승에서 이번 시즌 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대회전 랭킹 1위 네빈 갈마리니(스위스)에게 0.43초 차로 패했지만 이는 오히려 아직 23세인 이상호에게 2022년 베이징올림픽을 향한 좋은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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