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부 겨눈 검찰 칼끝…5개월간 수사받은 검사 10여명

입력 2018-02-25 08:30
조직 내부 겨눈 검찰 칼끝…5개월간 수사받은 검사 10여명

'댓글수사 방해' 사건서 출발…'성추행·강원랜드·수사정보유출' 세 갈래 수사

검사 내부 압수수색만 10여회…'조직병폐 심각 vs 자정능력 보여준 것'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검찰의 적폐수사 이후 사정의 칼끝이 성역 없이 전방위로 향하면서 검찰의 내부 비리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정보원 파견 검사들이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사건이 적발된 작년 10월 이후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수사 대상이 된 검사만 10여명이다. 검찰이 검사나 검찰 조직 내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도 10여회에 이른다.

25일 현재 검찰 조직 내부를 겨눈 수사는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및 인사개입 의혹 사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사건, 최인호 변호사의 법조 로비 의혹 사건 등으로, 이미 혐의가 파악된 검사들 외에 고위급 인사의 비위가 새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 檢 전반으로 확대되는 '성추문' 파문…안태근 소환임박

안태근 전 검사장의 후배 여검사 성추행 및 부당 인사개입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출범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 13일 법무부 검찰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성추행 의혹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가 주장하는 안 전 검사장의 부당한 인사개입 정황을 규명할 단서를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22일에는 부산지검 이모(48) 부장검사와 신모(40) 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부장검사는 서 검사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된 2015년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근무했다. 신 검사도 검찰과 소속이었다. 당시 검찰국장은 안 전 검사장이었다.

조사단은 서 검사의 인사와 관련된 각종 자료가 담긴 컴퓨터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사단은 압수물에 대한 분석과 이 부장검사와 신 검사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끝나는 대로 피의자 신분인 안 전 검사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 사건과 별도로 검찰 내부의 성범죄 사건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부하 여성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 김모 부장검사를 사무실에서 긴급체포했다. 자백을 받아낸 조사단은 21일 김 부장검사를 구속기소했다.

조사단은 이메일 등을 통해 검찰 내부의 성범죄 제보를 계속해 받을 방침이어서 성추문 관련 수사가 검찰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 '수사외압·방해 의혹' 검사들도 수사선상에…'윗선' 확대 가능성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의 행보는 더 급박하다.

수사단은 21일 서울고검과 서울남부지검, 인천지검, 춘천지검을 잇달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외압 의혹이 있는 시점에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 고위 인사들의 내부 보고 자료와 회의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력 정치인뿐 아니라 검찰 고위 인사가 수사를 조기 종결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만큼 수사는 채용비리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 전반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종원 전 춘천지검장(현 서울남부지검장)을 비롯해 수사에 관여한 검사 6명의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수남 전 총장이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검찰은 김 전 총장의 비위가 있었는지도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 고위 인사의 연루 가능성이 불거진 또 다른 사건도 수사가 한창이다. 최인호(57·구속) 변호사가 고소인이거나 피의자였던 사건의 수사 정보가 검찰 내부에서 유출된 단서가 드러나면서 서울고검 감찰부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21일 최 변호사에게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40·구속)씨의 수사 기록과 조씨의 통화 녹음 파일 등을 넘긴 혐의로 부산지검 서부지청 추모(36) 검사를 소환해 조사했다. 같은 날 주가조작 사건 수사정보를 수사 대상자 측에 유출하는 데 관여한 혐의(공무상 기밀누설) 등으로 춘천지검 최모(46) 검사도 소환했다.

검찰은 이튿날 이들을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법원이 24일 도주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적다며 영장청구를 기각했지만 검찰은 두 검사의 수사정보 유출 혐의에 '윗선'의 개입 가능성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지속하기로 했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조만간 추 검사의 옛 직속상관이자 최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모 지청장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조직 병폐 심각 vs 자정능력 보여준것' 논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사가 검사를 강제수사한 것은 작년 10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를 서울중앙지검이 체포한 것이 처음이다. 수사 과정에서 공범으로 지목된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새로 진행되는 세 갈래의 수사에서 이미 적지 않은 내부 비리가 드러나자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검사들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과 체포가 잇따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원칙대로 수사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다만 검찰 조직의 내부 비리 수사에 대한 평가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성범죄를 처벌해야 할 검사가 성범죄를 저지르고, 끝까지 보안을 지켜야 할 수사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는 등 최근 드러난 일부 검사들의 범죄사실은 제대로 통제받지 못하는 조직 내부의 병폐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검찰의 내부 비리를 보고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볼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의 검찰 개혁 명분을 강화해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최근의 수사는 강도 높은 내부 비리 척결 의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며 조직을 스스로 개혁하는 자정능력 갖췄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견해도 있다.

재경지검의 부장검사는 "최근 검찰의 행보는 검사에 대한 특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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