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사드 보복에 수장 공백…국내외 사업 '흔들'

입력 2018-02-25 07:30
[위기의 롯데] 사드 보복에 수장 공백…국내외 사업 '흔들'

롯데마트 등 중국 사업 사실상 중단…면세점도 악재 속출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기자 = 한국과 일본 '원롯데'의 수장인 신동빈 회장 구속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롯데그룹의 국내외 주요 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여파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중국 사업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도 인천공항점 철수와 월드타워점 사업권 박탈 위기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 中 롯데마트 작년 영업손실 2천690억원…매각도 지연

롯데로서는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신 회장의 유고(有故)로 롯데는 해외사업에서 차질을 빚게 됐다.

그동안 롯데는 중국,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러시아 등지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해외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 결정 등에 총수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의 해외사업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중국에서 특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드 보복 여파로 총 99개의 롯데마트 중국 점포 중 87개의 영업이 중단되고 나머지 12개 점포도 매출이 급감했다.

결국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추진 중인 매각 작업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인수 후보 기업들이 롯데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복 의지가 누그러지지 않는 상황에 부담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야심작으로 총 3조원을 투입해 선양에 건설 중인 초대형 복합단지 프로젝트 '선양 롯데타운'도 1년 넘게 공사가 멈춰있다.

롯데가 해외에 처음 건설하는 실내 테마파크인 롯데월드 선양을 비롯해 쇼핑몰, 호텔, 아파트 등으로 구성된 선양 롯데타운은 2016년 11월 이후 소방 점검 등의 이유로 공사가 중단됐다.

사드 보복 여파로 롯데 유통 계열사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올해는 실적 회복을 기대했으나 대내외 경영 여건이 롯데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23조80억원, 5천270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4.6%, 31.0% 감소했다.

유통 부문의 핵심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실적이 모두 부진했다.

롯데백화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5.8%, 36.1% 감소했다.

롯데마트는 매출이 19.8% 줄고, 영업이익은 2천29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사드 보복으로 지난해 3월 중순 이후 중국 롯데마트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중국 매출은 전년보다 77.6% 급감했다. 중국 영업손실만 2천690억원이다.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중국 외 지역에서는 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중국에서 발생한 손실이 워낙 컸다.



◇ 인천·잠실면세점 위기…점유율 하락 불가피

역시 사드 보복으로 타격을 입은 롯데면세점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는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4개 사업권 중 주류·담배를 제외한 3개를 반납하기로 했다.

현재 인천공항 1터미널의 다른 사업자인 신라, 신세계 등이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인하 협상이 진행 중이다.

나머지 사업자들도 최악에는 철수할 수 있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어, 협상과 입찰 결과에 따라 공항면세점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인 롯데가 철수한 빈자리를 2위 사업자인 신라가 차지하면 롯데는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위협받게 된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은 6조598억원으로 점유율은 41.9%였다.

작년 롯데의 인천공항점 매출은 1조1천209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주류·담배 매장 매출은 2천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번 철수로 롯데면세점 매출은 5조원 초반, 점유율은 30%대로 하락하는 셈이 된다.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지분 50%를 반영한 신라면세점의 작년 매출은 3조8천652억원으로, 점유율은 26.7% 수준이다.

신라면세점으로서는 인천공항에서 사업권을 추가로 획득하면 매출 4조원대, 점유율 30%대로 올라설 수 있다.

롯데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월드타워점이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관세청이 특허 취소 여부를 놓고 법리 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월드타워점의 작년 매출액은 5천721억원이었다.

관세청의 판단과 신 회장의 향후 재판 결과 등을 지켜봐야 하지만 롯데로서는 불안한 대목이다.

해외에서는 괌 공항면세점 사업권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글로벌 면세사업자 DFS가 괌 공항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 괌 법원은 롯데가 승리한 2012년 입찰을 무효로 하고 재입찰을 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괌 공항공사는 상고했고, DFS는 롯데가 즉각 철수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한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사드 보복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초유의 총수 유고 사태가 더해져 안타깝고 답답하다"며 "그동안의 어려움을 털고 봄부터는 사업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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