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김영철 방남, 남남갈등 넘어 큰 틀에서 바라봐야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파견키로 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놓고 정치권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23일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며 그의 방남을 허용한 정부와 여당을 향해 총공세를 펼쳤다. 전날 두 차례의 긴급 의원총회를 연 데 이어 이날은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70여 명이 청와대 앞에서 규탄대회를 하고 항의서한도 전달했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방남하는 길목을 지켰다가 몸으로 막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한다. 바른미래당도 "국군통수권자가 해군 46명을 살해한 전범을 만나 대화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 부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4년에도 남북군사회담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보수 진영이 '내로남불'식 공세를 펴고 있다고 맞섰다. 한국당의 전신으로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김 부위원장이 참석한 회담을 "바람직하다"며 환영해 놓고 지금은 반대로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평화당은 "보수야당의 평화 알레르기가 재발하고 있다"고 동조했다. 서로 거친 비방이 오가고, 대부분의 국회 상임위원회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놓고 여러 논란과 공방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치열하고 거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천안함 유족들은 이날 성명을 내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천안함 46용사 유가족에게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상처를 안겨 준 김영철의 방한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그가 폐회식 참석을 강행하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유족들의 이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의 배후라는 인식에서는 당연하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는 그가 당시 대남공작을 책임진 정찰총국장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천안함 폭침 책임자로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폭침의 배후로 추정은 할 수 있지만 명확하게 그가 지시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을 북한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적 인식이 반영된 것이기는 하나 아주 무리한 해석은 아닌 듯하다. 통일부는 제재 대상에 올라있는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받아들인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대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면서 민간단체까지 가세해 남남갈등은 점점 더 심해지는 듯하다. 보수성향의 한 변호사 단체는 김 부위원장을 살인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벌어진 논란 중 대표적인 것으로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공동입장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4년간 땀 흘리며 올림픽을 준비해온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뺏는 것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갤럽이 개회식 전에 실시한 조사에서 단일팀 구성을 잘 된 일이라고 한 응답이 40%로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50%)에 못 미쳤다. 하지만 올림픽 폐막을 앞둔 지금은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응답이 50%로 잘못된 일이라는 답변(36%)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기 공동입장에 대해서도 잘된 일이라는 응답이 68%로 이전 조사 때보다 15%포인트 늘었다. 남북 사이의 불신 탓에 논란이 있지만, 막상 일이 진행되면 걱정했던 것과 달리 긍정적 흐름을 타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의 방남도 그런 시각에서 보고 이해했으면 한다. 그는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문제에 관해 실질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김 부위원장이 정찰총국장으로서 천안함 폭침에 책임이 있는지는 나중에라도 반드시 따져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당장은 어려운 남북관계를 풀어가고 비핵화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중요한 만큼 더 큰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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