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되살아난 한류 불씨…K팝 세대교체로 영토확장

입력 2018-02-24 08:00
수정 2018-02-24 11:59
일본서 되살아난 한류 불씨…K팝 세대교체로 영토확장

트와이스·방탄소년단이 흥행 견인

"반한 감정 완전히 없어진 건 아냐…예의주시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일본에서 한류사업을 하는 분들 말씀이요, 지금이 꼭 2011년 같대요. 카라, 소녀시대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그때요."

한국콘텐츠진흥원 이경은 기업육성팀장은 일본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한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팀장은 2015년부터 콘진원 일본비즈니스센터 센터장으로 일하다 이달 초 귀국했다.

최근 일본에서 한국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반한(反韓) 감정이 극에 달했던 2012년에 견줘 격세지감이다. 다만 정치·외교적 변수가 언제 생길지 모르는 데다 아직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다는 점에서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2012년 얼어붙었던 한류…김태희 행사 취소되기도

2012년 2월 21일 일본 도쿄에서는 톱스타 김태희가 참석할 예정이었던 로토제약의 기초화장품 '유키고코치'의 새 CF 발표회가 전격 취소됐다.

일본 우익단체 '재일특권을허용하지않는시민모임(재특회)'이 거세게 반발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이들은 김태희가 2005년에 독도 수호천사로 위촉돼 독도 사랑 캠페인을 벌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해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제67주년 8ㆍ15 광복절을 닷새 앞두고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일관계가 경색되면서,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돼 10년간 견고하던 일본 내 한류 열풍은 급격히 식었다.

당시 NHK방송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가 44%, '어느 정도 우려하고 있다'가 31%로 75%가 관계 악화를 걱정했다.



당장 일본 최고 권위의 연말 가요축제인 NHK 홍백가합전에 한국 뮤지션의 발길이 뚝 끊겼다.

홍백가합전에는 동방신기(2008∼2009년), 보아(2002∼2007년), 김연자(2001년) 등 한국 가수들은 2000년대 들어 9년 연속 출연했고, 2011년에는 동방신기·소녀시대·카라 등 총 3팀이 출연했지만, 2012년부터 한국 가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중국처럼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의 TV 방영에 제동이 걸렸고, 혐한 정서가 퍼지면서 한류 상점들도 줄줄이 문을 닫아야 했다.



◇ 달라진 2018년…K팝그룹 줄줄이 일본진출

6년이 흐른 지금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2007~2010년 등장했던 가요계의 2세대 팀들이 퇴장하고, 2010년대 중반 등장한 3세대 팀들이 선전하면서부터다.

특히 걸그룹 트와이스는 올해 초 일본 6개 도시에서 8회 공연한 '트와이스 쇼케이스 라이브 투어 2018 캔디팝'을 전회 매진시켰다. 5월부터는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와 오사카성홀에서 두 번째 투어를 시작한다.

이들은 현지에서 발매한 두 번째 싱글 '캔디팝'(Candy Pop)으로 발매 첫주 빌보드 재팬 집계 기준으로 30만3천746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핫 100' 종합 1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K팝 스타로는 6년 만에 홍백가합전에 출연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일본에서 해외 가수 중 유일하게 '더블 플래티넘'을 달성했다. 일본레코드협회는 판매량 50만장을 돌파한 앨범을 더블 플래티넘으로 인증한다.



한국 뮤지션의 일본진출도 줄을 잇고 있다.

정기고는 일본 후지TV 계열 음반유통사인 PCI뮤직과 라이선스 음반 계약을 맺고 지난달 정규 1집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를 발표했다.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의 사무엘은 일본 엔터테인먼트 회사 포니캐년과 손잡고 데뷔 싱글 '식스틴'(Sixteen)을 냈다. 걸그룹 여자친구와 보이그룹 세븐틴이 5월 현지에서 정식으로 데뷔한다.

아울러 CJ E&M은 오는 4월 일본 지바현에서 한류 문화 컨벤션 '케이콘'(KCON)을 개최하는데, 이를 변곡점으로 K팝 그룹의 일본 시장 타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 "'좋은 콘텐츠' 원하는 젊은층이 한류 복원"

분위기 변화는 젊은층이 이끌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 이형근 선임연구원은 "도쿄의 한류 거리인 신오쿠보(新大久保)가 한때 손님을 찾기 어려웠지만 이제 한국 음식을 즐기려는 일본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진원 이경은 팀장은 "여중생, 여고생 사이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며 "이들은 국가 간 정세에 좌지우지되기보다 본인의 취향에 충실하게 좋아하는 콘텐츠를 향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NHK 홍백가합전에 트와이스가 출연한 건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워낙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인 만큼 단순히 인기 있다고 될 게 아니라 전 연령층에 거부감이 없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 장막이 걷혔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2012년 전에는 온갖 가수들이 다 일본에 진출해도 음반 판매량이 괜찮았다. 그런데 지금 실제 매출이 잘 나오는 건 트와이스와 방탄소년단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올 1분기가 일본 톱스타의 컴백 공백기여서 K팝의 일본진출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며 "한류가 완전히 복원됐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