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결산] ⑨ '평화 외교의 무대'로 기록될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로 '평화 올림픽' 구현…북미중 대표단 개·폐회식 참석
26개국 정상급 외빈 방한…역사에 남을 숱한 감동적 장면의 산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은 '스포츠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말대로 '평화 외교 무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회가 치러지기 몇 달 전까지 계속됐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에는 팽팽한 군사적 긴장이 감돌았고, 세계는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17일간 펼쳐진 열전의 무대와 '평창 외교'는 이런 우려를 잠재웠고, 역사에 기록될 숱한 감동적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서 외국에 나갈 때마다 이번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러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북한의 참가를 성사시켜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 노력의 결과로 북한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확정됐고 개회식에서는 남북선수단이 한반도기 아래 공동 입장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북한 응원단의 구호가 경기장을 메웠고 서울과 강릉에서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이 열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친서와 함께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이런 남북 평화 분위기에 세계가 호응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남북 공동입장은 세계를 향한 강력한 평화 메시지"라고 평가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 가슴과 머리에 항상 한반도가 있다"며 평화 올림픽을 지지한다는 뜻을 표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등 한반도 문제 관련 당사국의 정상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인 것 역시 이번 올림픽이 평화 외교의 장으로서 갖는 의미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북미 고위급 접촉이 물밑에서 성사됐다가 막판에 취소되긴 했지만, 개회식에서 이들 정상이 나란히 앉아 같은 카메라 앵글에 잡힌 것만으로도 평화 올림픽의 상징성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수 야당이 적절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북한은 폐회식에도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보내고, 미국과 중국 역시 각각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보냈다.
이 역시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한 중요한 요소로 해석된다.
이번에 방한한 26개국 정상급 외빈과의 교류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알리고 그에 대한 지지를 끌어낸 것 역시 성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총 14개국 정상급 인사와 오·만찬 및 회담을 함께하며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중일러 4강 중심의 외교에서 탈피해 새 정부 출범 후 열린 최초의 대규모 국제행사이자 다자외교 무대에서 북유럽 등과의 교류를 통해 정상외교의 다변화·다원화의 기틀을 다진 것 역시 긍정적인 대목이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