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민족의 인종적 기원·요동 고구려 산성을 가다
1880년대 조선 청 공동감계와 국경회담의 연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민족의 인종적 기원 = 앤서니 D. 스미스 지음. 이재석 옮김.
흔히 '민족'은 근대적 개념이라고 인식된다. 특히 유럽에서는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지역이 소국 형태로 나뉘어 있다가 근대에 이르러 비로소 민족성을 자각하고 국가를 설립했다고 알려졌다.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였던 에릭 홉스봄은 민족을 '만들어진 전통'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영국 런던정경대 사회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민족과 민족주의 연구에 집중한 저자는 민족을 근대의 산물로 보는 시각을 단호하게 부정한다.
그는 '공유한 조상의 신화, 역사, 문화와 특정한 영역과 연대의식을 가진 명명된 인간의 집합'을 '인종적 민족'으로 규정하고, 전근대에도 민족이 엄연히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고대 사회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결속력을 강화하는 주된 요인은 민족이었고, 개별 민족들은 뚜렷한 역사의식을 지니고 이를 전승하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는 민족의 출현을 근대적 현상으로 이해하려는 견해는 다분히 서구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잃어버린 인종적 민족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것보다 소속감을 주장하거나 부여하는 데에 더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린비. 520쪽. 2만9천원.
▲ 요동 고구려 산성을 가다 = 원종선 지음.
중국 다롄(大連)에 거주하는 저자가 랴오둥(遼東)반도에 남아 있는 고구려 산성 73개를 둘러보고 쓴 답사기.
랴오둥반도는 중원을 통일한 수와 당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던 고구려가 방어 거점으로 삼은 곳이다.
저자는 중국 학자들의 연구 자료는 물론 주민 인터뷰, 민담을 소개하고 다양한 사진을 실었다.
통나무. 520쪽. 2만3천원.
▲ 1880년대 조선 청 공동감계와 국경회담의 연구 = 김형종 지음.
김형종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가 1880년대 조선과 청이 진행한 공동감계(국경조사)와 국경회담의 전말을 분석했다.
중국 지린성 간도 지방의 귀속을 두고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불거진 '간도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겼다.
저자는 1860년대 이후 조선인이 가난과 수탈 때문에 간도 지방으로 넘어간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는 오히려 조선 지방당국의 보호가 있었기에 대규모 집단 이주가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서울대 출판문화원. 588쪽. 4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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