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는 '진상 은폐보고' 대표적 사례"

입력 2018-02-23 15:39
수정 2018-02-23 16:24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는 '진상 은폐보고' 대표적 사례"



부마항쟁심의위 출범 3년 만에 부산서 진상조사결과 보고회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부마민주항쟁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해 출범했던 위원회가 3년여 만에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문가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정성기 경남대 교수는 23일 오후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결과 보고회'에서 보고서의 사망자 관련 부분을 언급하며 "'진상조사'가 아니라 부마항쟁법 정신에 반하고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진상 은폐보고'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한 정 교수는 이날 토론자로 나서 보고서 결론 중 "사망자 발생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중략) 부마민주항쟁과 관련이 없거나 이를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었다"는 부분을 크게 문제 삼았다.



그동안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등에서는 자체 조사결과 부마항쟁 당시 유치준 씨가 경찰 폭행으로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가 항쟁 당시 박정희 정권의 검찰 기록을 그대로 수용해 고인의 신원과 관련해 고인의 신원을 노숙자나 거지와 같은 '행려사망자'로 단정했다는 게 정 교수의 지적이다.

정 교수는 "의학적 사인의 책임자가 진압 군경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거나 증거가 없다는 (보고서) 본론의 내용과 결론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일단 양보하더라도 사망자 신원과 관련해서는 절대 그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마항쟁 배경에 대한 서술의 심각한 부실, '부마사태'와 '부마사태의 진압·수사'의 사회역사적 결과에 대한 전면적 누락, 보고서 결론의 심각한 부실성 등이 지적됐다.

정 교수는 "오는 4월로 예정된 보고서 최종 발표를 포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다른 토론자인 김선미 부산대 사학과 강사는 보고서에 활용된 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강사는 "항쟁 주체가 아니라 항쟁을 진압하는 측의 자료에 의존해 항쟁을 재구성했다"며 "항쟁 주체의 기록을 신뢰하지 않는 탓에 그 자료를 매우 소극적으로,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영주 경남대 박물관 비상임연구원은 "어떤 부분은 항쟁 주체의 입장에서, 어떤 부분은 공안기관의 입장에서, 또 어떤 부분은 보고자의 입장에서 서술돼 있다"며 보고서 서술의 주체와 관점이 주는 혼선을 조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차성환 민주주의사회연구소장과 정광민 10·16부마항쟁연구소 이사장 등도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이어나갔다.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부마항쟁심의위)는 오는 4월 12일 보고서의 최종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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