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OAR, 폐막 이틀 남기고 첫 金…올림픽 찬가 울릴 시상식(종합)
러시아 3살차 은반 요정 1, 2위…"최고의 연기 아니었다" 겸손한 인터뷰
(강릉·모스크바=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이름으로 출전한 러시아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를 이틀 앞두고서야 뒤늦게 기다리던 첫 금메달을 얻었다.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끝난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경기에서는 러시아의 알리나 자기토바(15)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8)가 나란히 금·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월한 연기를 선보인 자기토바는 금메달이 확정된 뒤 기자들에게 "내 연기는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한 최고의 연기도 아니었다"고 겸손함을 표시하며 "아직 별다른 느낌이 없다. 나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기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에게 밀려 2위에 그친 메드베데바에 대해 "그녀에게 은메달은 금메달과 마찬가지다. 몇 년 간에 걸쳐 목표를 지향했고 타이틀로 그것을 증명했다. 그녀도 나처럼 행복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축하의 인사말을 건넸다"고 전했다.
메드베데바도 아쉬움이 없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 영화 안나 카레리나의 주인공 카레리나와 같은 각오로 출전했다. 혼신을 빙판에 쏟겠다는 확신을 갖고 나갔다"며 "모든 것을 빙판에 쏟았고 아무런 아쉬움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평창에 도착한 러시아올림릭위원회(ROC) 위원장 알렉산드르 쥬코프는 "두 선수 모두 탁월하게 연기했다. 모두 금메달감이다"면서 "이는 스포츠 애호가들 모두에 대한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금·은 메달 추가로 전날까지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로 21위에 그쳤던 OAR은 15위로 올라섰다.
자국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9개로 종합 1위를 차지했던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직적인 도핑 스캔들에 따른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올림픽 출전 불허 결정으로 인해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만 출전할 수 있게 된 러시아는 IOC의 승인을 받은 '깨끗한 선수' 168명을 OAR 소속으로 출전시켰다.
그러나 소치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쇼트트랙 빅토르 안(안현수)을 비롯한 유명 선수들이 출전 불허 결정을 받은 데다 소치올림픽 당시의 '도핑 거품'도 빠지면서 성적은 4년 전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첫 금메달이 나왔지만 러시아 국가는 들을 수 없다.
이날 저녁 7시 30분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릴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시상식에선 러시아 국기 대신 오륜기가 나란히 걸리고, 러시아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울려 퍼질 예정이다.
OAR은 남자 아이스하키에서도 추가 금메달을 노린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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