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제는 '자기토바 시대'…메드베데바 아성 허문 15세 '피겨퀸'

입력 2018-02-23 14:17
수정 2018-02-23 15:43
[올림픽] 이제는 '자기토바 시대'…메드베데바 아성 허문 15세 '피겨퀸'



리핀스키 이어 두 번째 최연소 올림픽 여자싱글 챔피언

리듬체조 카바예바에서 딴 이름…무결점 연기로 시니어 출전 대회 전승



(강릉=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15살의 러시아 피겨요정 알리나 자기토바가 세계랭킹 1위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를 누르고 평창의 피겨퀸으로 우뚝 올라섰다.

자기토바는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6.65점을 받아 총점 239.57점으로 메드베데바(238.26점)에 1.31점 차로 앞섰다.

'세기의 대결'로까지 기대를 모았던 러시아 10대 요정들의 집안싸움에서 3살 어린 동생 자기토바가 최종 승자가 된 것이다.

이번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가장 어린 자기토바는 러시아 이젭스크에서 2002년 5월 태어났다. 우리 선수단 최연소인 김하늘보다도 한 달이 어리다.

아이스하키 코치 출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딸에게 러시아의 리듬체조 선수 알리나 카바예바의 이름을 붙였다.

5살 때 피겨를 시작한 자기토바는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도 제패하며 여자싱글 신성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메드베데바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올해 두 차례 그랑프리에서 모두 우승했고, 메드베데바가 부상으로 불참한 그랑프리 파이널마저 제패한다.

부상에서 복귀한 메드베데바와 리턴매치를 치른 지난 1월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자기토바는 메드베데바에게 첫 패배를 안겼다.



대회 전부터 전 세계 피겨팬을 설레게 했던 두 선수의 대결은 기대대로 치열했다.

앞서 펼쳐진 남자 싱글 하뉴 유즈루(일본)와 네이선 첸(미국)의 대결은 첸의 예상치 못한 점프 난조로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지만, 여자 싱글 대결은 '먹을 것 많았던 소문난 잔치'였다.

쇼트 프로그램부터 세계신기록을 앞다퉈 경신하며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친 두 선수는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자기토바는 난도 높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해 7개의 점프 과제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완벽하게 성공했다.

대부분의 점프 과제를 가산점이 붙는 후반에 배치하고도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발레를 할 때 입는 튀튀를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우아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메드베데바 역시 완벽 연기로 프리에서는 자기토바를 앞섰으나 쇼트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진 못했고 간발의 차로 눈물을 흘렸다.

어린 나이에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자기토바는 자신의 연기 후 그린룸에서 남은 경기를 지켜보다 마지막 메드베데바 연기가 끝나고 자신의 우승이 확정되자 고개를 숙이고 잠시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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