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책의 역사…작가 37인 이야기 들어보세요
'우리 그림책 작가를 만나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명징하고 따뜻한 그림으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의 감성까지 키워주는 그림책 작가들의 세계를 가까이서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보리 출판사에서 펴낸 '우리 그림책 작가를 만나다- 작업실에서 만난 작가 37명의 그림책 이야기'.
어린이 서점 '동화나라'를 운영하며 그림책 관련 글을 쓰고 있는 정병규 작가가 3년 동안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 37인을 찾아다니며 나눈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보리에서 내는 월간 '개똥이네 집'에 2012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연재한 글들을 묶었다.
작가들의 작업실을 보면 그림책에 그려진 그림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 수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들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 빛나는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김광배 작가의 작업실에는 작가가 한창 몰두하고 있는 역사화들이 걸려 있다. 권혁도 작가의 집이자 작업실인 아파트의 베란다에는 제비나비 번데기며 홍점알락나비 애벌레, 왕잠자리 애벌레들이 가득하다.
작가들이 그림책에 입문하게 된 사연도 다채롭다. 홍영우 작가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우리 말과 글을 배우지 못했고 그림도 배운 적이 없지만, 긴 세월 홀로 공부한 끝에 우리 겨레의 얼과 정신을 빼어나게 표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작고한 홍성찬 작가는 한국전쟁을 겪으며 그림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지만, 타고난 재능과 독학으로 월간지 삽화를 그리기 시작해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이 책은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우리 그림책의 70년 역사를 망라해 보여준다. '1장 뿌리를 내린 사람들', '2장 튼튼한 줄기를 세우다', '3장 우리 그림책, 활짝 꽃을 피우다'로 나눠 시대순으로 작가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1장에서는 잡지, 소설, 동화 등의 삽화로 그림책의 뿌리를 내린 1세대 작가들을, 2장에서는 창작 그림책을 만들어내 튼튼한 줄기를 세운 류재수, 권윤덕, 이억배 같은 작가들을, 3장에서는 뛰어난 솜씨로 그림책의 꽃을 활짝 피운 이태수, 김환영 같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정병규 작가는 이 책의 말미에 "그저 그림만 잘 그리는 화가였다면 우리는 그이들을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만 만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것은 값비싼 회화 미술품이 아니라 적은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우리는 이 그림책 한 권에서 결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삶의 귀중한 장면을 찾아낼 수 있다. 걸출한 그림 작가들의 살아온 이야기는 그림책에 담겨진 그림보다 훨씬 감동스럽다"고 썼다.
30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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