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로 번지는 미투…옥스팜·유니세프 이어 유엔PKO까지
"평화유지활동 중 40건 성 비위 확인"…'인도주의' 기구·단체 강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성폭력 고발운동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가 인도주의적 활동을 표방하는 국제기구와 단체까지 강타하고 있다.
옥스팜,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에 이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중에도 지난해 말 3개월간 40건의 성적인 비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지난해 10∼12월 유엔 평화유지활동 중 40건의 성추행·착취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중 15건은 유엔 평화유지활동에서, 17건은 유엔 산하 기구·기관에서 발생했고 8건은 관련 협력 단체·기관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피해자 54명 중 30명은 성인 여성, 16명은 미성년자였다. 나머지 8명의 나이는 알려지지 않았다.
두자릭 대변인은 "직원들이 연루된 모든 혐의는 세계 곳곳의 위험 지역에서 자부심과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직원들의 희생과 가치, 원칙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반 직원 9만5천 명을 비롯해 군인·경찰 9만 명이 유엔에서 일하고 있다.
인도주의를 내걸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왔던 이들이 성추행, 성착취 등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시작은 구호단체 옥스팜(Oxfam)이었다. 옥스팜 직원들이 2011년 구호활동을 벌이던 아이티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보도 이후 차드 등지에서도 성매매가 반복됐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직원들이 원조를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조직 내 성희롱과 성폭력 관련 24건을 적발하고 직원 19명을 해고했다고 공개했다.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전 최고경영자(CEO) 저스틴 포사이스는 재직시절인 2011년과 2015년 동료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결국 사임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후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 사무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포사이스는 과거 성희롱 의혹에 결국 이날 사임했다.
비영리기구인 톰슨로이터재단은 21개 주요 국제구호단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 단체 직원 120여 명이 성 관련 비행으로 해고되거나 직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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