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신탁통치' 그리스, 고대유적지에 도시재개발 굴욕
채권단 요구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 핵심요소
11조원 규모 민영 개발사업에 해외투자자 '신났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으로 국가부도 위기에서 벗어난 그리스가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고대 유적지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을 허가했다.
그리스 대법원은 아네테의 헬레니콘 공항 일대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22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핵심요소 중 하나다.
법원은 이날 "헬레니콘 단지 개발 사업이 그리스 헌법과 법률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만큼 현 빌딩 고도 규정을 우회하는 몇몇 고층 건물 건설 계획도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환경·건설 규제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레니콘 단지는 구 공항을 비롯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사용된 일부 경기장으로 구성됐다. 이는 그리스 정부의 국영자산 민영화 작업의 하나로 80억 유로(약 10조6천억원) 상당을 투자하는 대규모 도시 재개발 사업이다.
그리스 람다 그룹과 해외 투자자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183만6천여평 부지에 대규모 공원과 쇼핑몰, 호텔, 여가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유럽 채권단은 이 프로젝트를 빨리 승인해 달라고 압박을 해왔다.
신화통신은 그리스의 경제산업연구재단을 인용해 이 프로젝트가 향후 20년 동안 일자리 7만 개를 창출하고 1.5%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환경과 유산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헬레니콘 프로젝트를 반대하고 있다. 개발 부지 일대에서는 고대 묘지와 선사시대 정착지 등이 발견된 바 있다.
한편, 2010년 채무 위기로 국가부도 직전에 처해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공기업 민영화, 경제 구조 개혁 등에 나서며 주요 국가 자산을 해외 자본에 매각하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도 그리스 북부에 위치한 테살로니키 항만청 지분 67%를 독일 투자회사 GmbH, 그리스와 러시아 합작 투자회사인 벨테라, 프랑스 해운사인 터미널 링크로 구성된 다국적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그리스는 2016년 5월 아테네 인근에 있는 그리스 최대 항만 피레우스 항의 지분 67%를 중국 코스코 그룹에 3억6천850만 유로(약 4천84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 정부는 노조와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편, 오는 8월 3차에 걸친 구제금융 체제 만료를 앞둔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졸업 이후의 자구 노력과 채무 경감 필요성 등을 가늠하기 위한 계획안을 4월 유럽연합(EU) 등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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