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군시설이냐"…미 교사들, 트럼프 '교사무장' 제안 비판
미 교원단체 등 반대 목소리…"교내 총기반입, 학생 보호에 무용"
전미총기협회는 옹호…"학교에 총기가 없으니 범행 타깃이 되는 것"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학교 총기 참사를 막을 방안으로 교사를 총기로 무장시키는 방안을 내놓자 교육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 사건이 일어난 플로리다 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학생과 희생자 부모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교사무장을 제안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최대 교원단체인 전국교육협회(NEA)의 릴리 에스켈슨 가시아 회장은 "학부모와 교육자들은 교직원을 무장시키는 아이디어를 거부한다"며 교사의 총기 소지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 내 총기 반입은 총기 폭력으로부터 학생과 교육자들을 보호하는 데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가시아 회장은 "총기를 무고한 아이들과 교육자들을 살해하는 데 쓰려는 자들의 손에 총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미국 교원단체인 미국교사연맹(AFT)의 랜디 와인가튼 대표도 교사무장을 "군비 경쟁"으로 부르며 교사무장 제안이 "교사를 무장시켜 학교를 군사 요새로 만드는" 시도라고 규탄했다.
총기 참사를 겪은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교사들도 교사무장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제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총격이 일어났을 때 학생들을 자신의 교실에서 보호한 이 학교 교사 멜리사 팔코스키는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교사무장 제안이 "터무니없다"며 "왜 학교를 군사 시설 취급하고, 교사들이 경찰이나 군인처럼 훈련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학교 물리·화학 교사 조지프 코넬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은 군대에서 총기 사용 자격을 인증받았다면서도 "교사들이 총기 소지를 시작한다고 학교가 더 안전해진다는 확신은 없다"고 강조했다.
많은 법 전문가도 교사들이 총기를 소지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민간인은 총기 훈련받은 법 집행기관 관계자들보다 총기 취급 지식이 부족하고, 총기 사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찰서장 모린 S. 러시는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학생이나 직원이 총기를 사용할 수 있으면 안 된다"고 NYT에 밝혔다.
그러나 오랫동안 학교 무장을 주장해온 강력한 로비단체 전미총기협회(NRA)의 웨인 라피에르 부회장은 이날 한 행사에서 '학내 무장화'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학교는 총기가 없는 공간이고, 그렇다 보니 정신 나간 사람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라피에르는 "우리를 비판하는 진영에서는 총기 무장을 강화한다고 해서 안전해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완전히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며 "만약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곳곳의 무장인력들을 없애면 되지 않느냐. 백악관, 의회, 할리우드의 무장인력도 모두 없애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쁜 사람의 총기 사용을 막으려면 좋은 사람이 총기를 사용해야 한다"며 "은행, 공항, 프로농구(NBA)와 프로풋볼(NFL) 경기, 사무실 건물, 영화배우가 모두 학교의 우리 아이들보다 많은 보호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무장한 교직원이 있었으면 총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화살을 언론에 돌리며 항변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가짜뉴스인 CNN이나 NBC에 나온 것처럼 교사들에게 총을 주자고 말한 적이 절대 없다"며 "내가 한 말은 군대나 특별한 훈련경험을 가진 능숙한 교사들에게 은닉 총기를 줄 가능성을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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