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 걷던 모델 경찰관 됐다…중앙경찰학교 졸업식 열려

입력 2018-02-23 10:00
런웨이 걷던 모델 경찰관 됐다…중앙경찰학교 졸업식 열려

신임 292기 경찰관 1천453명 배출…전직 디자이너 등 이력 다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23일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하는 엄진영(34·여) 순경은 한때 런웨이를 걸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모델이었다.

180㎝의 큰 키로 고등학교 때부터 모델로 활동한 그는 이상봉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무대에 섰고, 2006년에는 슈퍼모델로 선발되기도 했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모델로 활동할 수 있지만, 애초 엄 순경의 꿈은 경찰이었다고 한다. 경찰이 되려고 대학 전공도 법학을 선택했으나 모델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도 아쉬워 모델과로 편입해 활동을 이어갔다.

약 8년간 모델로 활동하며 관심을 받았지만, 어릴 적부터 품은 경찰관의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모델 활동을 접고 수년간 공부에 매진한 끝에 순경 공채시험에 합격, 교육을 거쳐 마침내 정식으로 계급장을 달았다.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라는 엄 순경은 "형사나 여성청소년 수사 쪽을 담당하고 싶다"며 "험한 일인 줄 알지만 오히려 그런 쪽을 즐기는 편이고, 열심히 공부해 수사경과(警科)도 꼭 딸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모델로 활동할 때는 엄격한 자기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경찰관으로서도 그런 자세를 잃지 않고, 늘 배우려는 마음으로 근무하면서 어느 부서에서든 쓰임새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작년 7월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한 엄 순경 등 신임 292기 경찰관 1천453명은 34주간 이어진 교육을 마치고 이날 졸업과 함께 일선 현장에 투입된다.

졸업생은 일반 공채 1천215명, 전·의경 특채 150명, 사이버수사·경찰특공대 등 경력채용 88명이다. 이들 가운데 139명이 여성이다.

졸업생 가운데는 경찰을 '가업'으로 잇는 청년, 디자이너로 일하다 경찰에 입문한 여성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이들이 포함됐다.

임승용(27) 순경은 경찰관으로 근무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경찰관이 되기를 꿈꿨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순직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통경찰로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목표를 안고 경찰에 입문했다.

윤설화(42·여) 순경은 아웃도어 브랜드 디자이너로 재직하다 자신의 재능을 경찰 조직에서 발휘하고 싶어 정보화장비 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경찰 의복과 착용 장비 분야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한다.

졸업생들은 가족과 친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범죄로부터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가족처럼 따뜻하고 믿음직한 대한민국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의 존재 이유는 오직 국민에게 있다"며 "세계에서 인정받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이뤄 온 경찰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국민 보호와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한 여정을 힘차게 시작해 달라"고 당부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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