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쇼트트랙 南선수 응원한 北응원단…"많이 아쉬웠다!"
(강릉=연합뉴스) 이영재 박영서 기자 = "많이 아쉬웠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과 심석희가 부딪쳐 함께 넘어진 순간 기분이 어땠느냐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북한 응원단원 한 명은 이렇게 답했다.
이 응원단원은 남측이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데 대해서는 "앞으로 열심히 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라고 격려했다.
북한 응원단은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와 5,000m 계주, 여자 1,000m 결선에 진출한 남측 선수들을 위해 열띤 응원을 펼쳤다.
빨간색 체육복과 모자를 착용한 북한 응원단 약 100명은 이날 여자 1,000m 준준결승이 진행 중이던 오후 7시 30분께 아이스아레나 관중석에 도착해 한 곳에 모여 앉아 응원에 돌입했다.
북한 응원단이 북측 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 남측 선수만을 위한 응원에 나선 것은 지난 15일 남자아이스하키 한국팀의 체코전 응원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쇼트트랙 경기에서 남측 대표팀은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으나 금메달 사냥에는 실패했다. 다만, 임효준과 황대헌이 각각 남자 500m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열띤 응원을 펼치던 북한 응원단은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과 심석희가 넘어지자 응원을 멈추고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임효준이 넘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측 대표팀이 뒤처지자 북한 응원단은 "힘내라!"를 목청껏 외치며 힘을 보탰다.
북한 응원단은 응원 못지않게 관람에도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들이 트랙을 돌 때는 목을 빼고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움직임 하나하나를 좇았다. 바로 옆 동료와 경기에 관해 말을 주고받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출발선에 선 남측 선수의 이름을 장내 아나운서가 부르거나 남측 선수가 힘차게 빙판을 지치며 앞 선수를 제치면 한반도기를 흔들고 "와∼" 하는 함성을 질렀다.
북한 응원단은 경기와 경기 사이 휴식 시간에는 "우리는 하나다!", "조국 통일!", "우리 민족끼리!" 등 구호를 외치거나 파도타기를 했다. 응원단이 파도타기를 시작하면 옆 관중이 파도를 이어가 관중석 전체가 넘실대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휴식 시간에 북한 응원단을 보러 다가가는 관중도 많았다.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면 북한 응원단은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지난 7일 방남한 북한 응원단은 평창올림픽 경기 응원과 야외 공연 등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이들은 오는 25일 폐회식 이후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앞서 북한 응원단 약 230명은 이날 오후 바다가 보이는 강릉의 명소 정동진에서 야외 취주악 공연을 했다. 이들 가운데 약 130명은 쇼트트랙 경기 응원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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