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외통위서 '김영철 방남' 두고 정면충돌…고성 끝 정회

입력 2018-02-22 19:01
여야, 외통위서 '김영철 방남' 두고 정면충돌…고성 끝 정회

野 "도발 아이콘, 방남하면 큰일"…與 "비틀어 보는 시각 많아"

심재권 "인질범과도 대화할 수 있어" 발언에 野 "사과해야" 맹공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김동호 기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22일 전체회의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 문제를 두고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 부위원장을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그의 방남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람의 책임소재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며 맞섰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조 장관을 엄호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가 서로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결국 회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채 정회했다.



포문은 한국당 서청원 의원이 열었다.

서 의원은 "김영철은 도발의 아이콘이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사람이다. 어떻게 이런 인간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조 장관은 "그런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보고를 받아서 안다"며 "다만 천안함 도발과 관련해서는 2010년 국회에서 구체적인 사람의 책임소재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그런 부분을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이 대답을 들은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강력한 성토 발언을 쏟아냈다.

이주영 의원은 "무슨 근거로 그 사람의 책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건가. 천안함 폭침의 배후 책임자로 미국 방문이 금지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나"라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사건 모두 김영철이 총책임자다. 방남을 받아들이면 큰일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만경봉호에 대해서도 북한에 철회해달라고 해본 적은 있나"라며 "통일부 장관이 북한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만경봉은 북측에서 와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면서 "김 부위원장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책을 강구하면서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자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엄호에 나섰다.

원혜영 의원은 "비틀어서 보는 시각이 많다"며 "김 부위원장이 금융제재 대상이지 출입국 제재가 아닌데, 설마 이번 방남을 예측하고서 이런 제재를 한 것은 아니지 않나. 교묘하게 피해갔다는 지적 같은 것이 나올까 봐 미리 물어보는 것"이라고 질의했다.

심재권 외통위원장은 "형식적 절차에서 김 부위원장이 어떤 제재요인도 갖고 있지 않다고 정부는 보고 있지 않나.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규정된 바도 없고, 우리나 미국의 제재에도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중에는 당사자간 대화도 있을 수 있고, 심지어 인질범과도 대화가 있을 수 있다. 북핵문제의 위중함에 비추면 김 부위원장과도 대화할 수 있다고 통일부는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조 장관이 "북핵문제 해결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김 부위원장과의 대화를 거쳐야만 한다"고 하자 심 위원장은 "우리 국민에게 그런 점을 정부가 아주 잘 설명해야 한다. 김 부위원장 대표단 수용이 어떤 국익 손상도 없고 적법절차라는 것을 정부가 국민앞에 잘 설명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만경봉호만 해도 다시 들어오는 일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가짜뉴스가 횡행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라고 주문했다.



심 위원장의 발언 직후 한국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한국당 윤영석 의원은 "그런 정파적인 발언을 하려면 위원장을 그만둬라. 자격이 없다"고 항의했다.

같은당 이주영 의원은 "그렇게 함부로 한쪽 편을 들면 국민들이 위원장을 어떻게 보겠나. 야당 의원들이 뭐하러 앉아있는 건가"라며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그런 발언을 하려면 위원장석에서 내려와서 하라"라고 쏘아붙였다.

심 위원장이 회의 속개를 촉구하자 이 의원은 책상을 내리치며 "못하겠어요"라고 소리치며 "이런 위원장이 어디있느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그러자 심 위원장은 "지금 이 의원처럼 품위없게 하는 위원들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말싸움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심 위원장은 오후 6시 15분께 정회를 선언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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