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남북미 고위급 '대회전 2막'…文대통령 '중재카드'는

입력 2018-02-22 17:59
수정 2018-02-22 19:12
평창 남북미 고위급 '대회전 2막'…文대통령 '중재카드'는

<YNAPHOTO path='C0A8CA3D00000161BC457D92001292B3_P2.jpeg' id='PCM20180222001219044' title='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영철ㆍ리선권 만남 예정(PG)' caption='[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

북미, 폐회식 고리로 고도의 기싸움…文대통령 통한 '간접대화'

평행선 대치 속 '출구' 필요성도 느껴…새 변곡점 형성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고리로 한 판 크게 벌였던 '평창 외교전'이 다시 2막을 올리는 분위기다.

25일 폐회식을 전후해서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을 보내고,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파견하면서 다시금 남북미 고위급 외교의 장(場)이 선 느낌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참석했던 개막식 외교전의 흐름을 이어 북미관계에 새로운 변곡점을 형성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이번 북·미 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외견상으로 북미대화 측면의 직접적 함의는 커 보이지 않는다. 특히 북한이 사전 예고없이 대남통(通)인 김영철 통전부장을 내려보낸 것은 대미 관계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크다.

따라서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개막식 이튿날인 10일 청와대에서 비밀회동을 추진했던 것처럼 북미대화 가능성과 연계된 '깜짝 이벤트'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북·미간 중재 노력에 힘을 쏟고 있는 청와대도 "이번에는 그럴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볼 때 북·미 양측 정상이 이번 폐회식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는 것 자체가 고도의 외교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평양과 워싱턴의 기류는 개회식 외교전을 거치며 유동성이 높아졌다. 문 대통령의 물밑중재 노력에 따라 양측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를 향해 복잡한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 개회식 국면에서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의 회동이 불발로 그쳤지만, 일단 대화 테이블에 앉으려는 시도 자체가 '의미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북미 양측의 근본적 입장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양쪽이 다 기존 구도에서 한 발짝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핵화라는 본질적 이슈를 놓고 대화할 여건과 분위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미 양측 정상이 한국으로 최측근 인사를 보내는 것은 향후에 있을 수 있는 북미대화 또는 '협상'을 겨냥해 유리한 흐름을 만들기 위한 '기싸움'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북미 양국 대표단이 폐회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각각 면담 기회를 갖는 것이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을 연결고리로 한 일종의 '간접대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양측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며 서로의 입장을 강하게 개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1B068CC06000F5B0D_P2.jpeg' id='PCM20180220001636044' title='이방카 평창 방문(PG)' caption='[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 사진 EPA' />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 없이는 대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동맹 차원의 협력을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주문하는 비핵화 논의는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고 큰 틀의 교류와 협력 활성화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미대화의 '입구'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릴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는 당장 외교적으로 운신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속내를 시험해보기 위한 '탐색적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해왔으나, 이번 폐회식 국면에서 양측간 접점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북미 양측 모두 대립구도가 장기화하는 데 따른 부담감 속에서 '출구'를 모색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고, 여기서 외교적으로 '창의적 공간'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핵·미사일 도발로 일관했던 북한 김정은 정권이 남쪽에 대화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국제적 고립·제재구도에서 탈피하려는 전략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 역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상황을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이번 폐회식 외교전이 '평창 이후'의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대형 어젠다를 추진해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보고 보다 능동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직접 중재한 것으로 보이는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만남이 불발로 그쳤지만 외교적으로는 '생산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평가다. 향후 북미대화 가능성과 연계해볼 때 양국 정상 차원의 대화 의지가 확인된 것은 의미있게 봐야 한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폐회식을 고리로 한 북미 대표단과의 접촉에서 적어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한다면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나 대북 고위급 특사 파견을 통해 북미 양국 사이의 '접점 만들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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