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카-김영철 평창 대면 가능성은…"북미접촉 계획 없을 것"
청와대, 가능성 낮게 봐…조우 등 가능성 완전배제 어렵다는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박경준 기자 =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 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고위급대표단을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22일 통보함에 따라 미국 대표단으로 이번 폐회식 때 방한하는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선임 고문과의 만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고문이 23일부터 26일까지 한국에 체류하고, 두 사람 다 25일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마주칠 수 있는 시간적·공간적 가능성은 일단 열려 있다.
특히 개회식 다음날인 지난 10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간의 회동이 성사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북미 고위급 회동이 이번 폐회식을 계기로 혹시 성사되는 것은 아닌지 주목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방카 고문의 이번 방한 계기에 북미접촉 계획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폐회식 방한을 계기로 북미가 접촉할 계획이나 기회는 없을 것"이라며 "지난번에 만남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두 나라가 상황 인식을 하고 갔기에 당장 뭘 만들어낸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 양측의 접촉을 피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들은 바 없다"며 "양측이 접촉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폐회식장에서도 동선이 겹치지 않을 것"이라며 "정확한 예우와 폐회식 자리 위치 등은 의전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관계자도 "최근 상황과 인물(이방카와 김영철) 등을 고려할 때 쉽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는 우선 지난 10일로 추진된 북미 고위급 회동이 무산된 이후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별다른 변화 요인이 없어 양측이 새롭게 회동을 추진할 만한 동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데 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이라는 점도 걸린다. 한국과 미국의 독자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김 부위원장은 정찰총국장 시절인 2010년 8월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천안함 사건으로부터 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여정 제1부부장 역시 미국 독자제재 대상이긴 마찬가지지만 김영철에게는 '천안함 폭침'이라는 문제가 추가로 걸려 있다.
2010년 김영철 부위원장 등에 대한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발표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제재 배경의 하나로 "46명의 사망자를 낸 천안함에 대한 기습공격"을 거론했다.
특히 펜스 미 부통령이 방한 중이던 지난 9일 평택 2함대를 방문했을 때 현장에 전시된 천안함을 둘러보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낸 점을 감안할 때 미국으로선 이방카 선임고문과 김 부위원장이 만나는 장면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 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이방카 선임고문이 3박4일의 방한 기간 북한 문제에 어떠한 관심도 집중할 계획이 없다고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우나 극적인 회동 성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는 견해도 여전히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펜스-김여정 회동 추진 과정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김영철의 카운터파트가 될 가능성이 큰 서훈 원장이 폼페오 국장과의 소통을 통해 이방카-김영철 만남을 주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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