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량살상 '주범' 집속탄 최신형 연내 실전 배치
500㎏짜리 '드렐' 실전 배치… 30㎞ 이상 활강비행 후 타격
미국도 "어려운 전쟁 환경 고려"해 집속탄 사용 금지 무기한 연기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민간인 대량 피해의 '주범'으로 지목된 클러스터탄(집속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가 최신형 항공기 발사 집속탄을 연내 실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IHS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DW), 스푸트니크 뉴스 등 외신은 러시아가 무게 500㎏짜리 집속탄 'PBK-500U'(드렐, Drel)에 대한 2년여간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연내에 군에 공급한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2015년 국제항공우주에어쇼(MAKS-2015)에서 드렐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외신은 러시아 최대 국영 폭발물 제조업체인 테크마쉬 자회사(NPO 바잘트)가 제작한 길이 3m의 드렐은 러시아판 GPS 형 관성유도 폭탄(JSOW)으로 레이더 기지, 군 지휘소, 차량 등을 타격하는 데 주로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고도를 나는 전투기나 폭격기 등에서 발사된 드렐은 30㎞ 이상을 활강 비행한 후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관성항법으로 통제되는 드렐은 위성위치정보수신 체계도 갖춰 위성을 통해 표적의 위치 수정이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드렐의 추진엔진을 펄스제트 엔진으로 하면 저고도에서 발사되더라도 사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 JDW는 드렐 안에는 대전차용 등 다양한 소형 자탄(子彈)이 들어가며, 초도 생산품에는 각각 15㎏ 규모의 SPBE-K 폭약이 든 15개의 자기유도형 자탄이 들어 있다고 전했다.
1㎏ 무게의 탄두를 단 이 자탄은 표적인 전차를 발견하면 150m 상공에서 발사돼 초당 3㎞의 속도로 접근한 후 10㎝ 두께의 장갑판을 뚫고 무력화한다고 JDW는 덧붙였다. 러시아는 유도 기능이 없는 항공기 투하용 일반 폭탄 'FAB 500-62'를 드렐로 교체할 계획이다.
앞서 휴먼라이츠워치(HRW), 시리아인권관측소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러시아가 2015년 9월부터 시리아 내전에 군사 개입한 이후 Su-24, Su-34, Tu-2M 등의 폭격기들을 동원해 적어도 50여 차례 집속탄 공습을 해 수백 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특히 희생자 가운데 상당수는 불발 집속탄에 의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돼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한편 미국도 지난해 12월 국방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오는 2019년으로 예정된 일부 집속탄의 사용금지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점차 어려워지는 전쟁수행 환경에서 집속탄은 여전히 중요하고 안전한 무기라는 인식"이라고 무기한 연기 배경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미군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집속탄인 'CBU-87B' 내에는 테니스 공 크기의 자탄 202개가 들어 있으며 , 이를 통해 축구장 크기 내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당수 자탄은 폭발하지 않은 채 남아 어린이 등 민간인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비인도적인 살상무기로 지목돼왔다.
국제사회는 집속탄 사용으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2008년 사용 중단에 합의한 후, 2010년 8월부터 생산, 사용, 수출을 금지하는 조약을 발효시켰다. 서명국도 100개가 넘는다. 반면 미국은 합법적이고 전술적으로도 중요한 무기라며 이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2008년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대신 발사 후 폭발하지 않는 비율(불량률)이 1% 미만이 되어야 한다는 기준(standard)을 충족하지 못하면 오는 2019년 1월부터 집속탄 사용과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sh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