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페이스북, 이번엔 총기 피해 학생 음모 동영상 파문

입력 2018-02-22 07:40
유튜브·페이스북, 이번엔 총기 피해 학생 음모 동영상 파문

플로리다 총격사건 생존 학생을 '유급 배우'로 묘사한 동영상 맨 위에 배치

엄청난 조회 수 기록 뒤 뒤늦게 "있어선 안 될 일" 사과하고 동영상 삭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가짜 뉴스'를 미국사회에 전파한 플랫폼으로 비난받아온 페이스북과 구글 등 소셜 미디어들이 이번엔 총기 피해 생존 학생을 '재난 배우'로 묘사한 동영상을 올렸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고교 총격 사건의 생존 학생인 데이비드 호그가 총기 규제를 강력히 요구하자 미국의 일부 극우 음모론자들은 그를 '무슨 일이 터지면 위기를 쫓아 옮겨 다니는 배우'라고 악의적으로 비난했다.

특히 유튜브에는 21일 오전(현지시간) 데이비드 호그가 '돈을 받은 배우'임을 증명하는 장면이라고 주장한 가짜 뉴스가 트렌딩 섹션의 톱으로 올라와 순식간에 조회 수 20만 건을 기록했다. 이 음모 동영상은 호그가 지난해 여름 CBS LA 지역 방송과 한 인터뷰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가 상습적으로 돈을 받고 방송에 출연한 증거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유튜브에 호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이와 비슷한 내용의 음모 동영상들이 이날 오전까지 톱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이에 대해 유튜브 측은 "권위 있는 뉴스출처(CBS)의 클립이 포함돼 시스템이 잘못 분석해서 사이트의 트렌딩 섹션 상단에 올린 것"이라면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사과하고 음모 동영상을 즉각 제거했다. 또 "검색 알고리즘이 항상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는 변명도 덧붙였다.

이날 오전 페이스북의 트렌딩 모듈에서도 호그는 최고의 주제어였다. 그의 이름을 클릭하면 그가 '유료 배우'라고 주장하는 음모 동영상 여러 개가 떠올랐다.

페이스북 콘텐츠 정책 책임자인 메리 드브리는 성명에서 "플로리다 총격 사건의 비극 희생자를 공격한 이미지는 끔찍하다"면서 회사가 이를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많은 미국 언론들은 "이들 거대 소셜 미디어 회사들이 가짜 뉴스나 음모론을 사실상 프로모션한 뒤 뒤늦게 문제가 되면 삭제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수개월 동안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의도적인 거짓 뉴스나 음모 콘텐츠를 트렌딩 섹션과 검색결과에 올라오도록 방치했었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뉴스소스를 선별하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변경하고 수천 명의 콘텐츠 검사 요원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던 이들의 노력이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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