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4기 중도 실용 노선 고수할듯…후계구도 작업도 박차
기민 사무총장에 중도·실용주의 성향 크람프-카렌바우어 지명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4번째 총리 임기에서 중도 실용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작은 메르켈'으로도 불리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자를란트주(州) 총리를 기독민주당 사무총장에 지명한 데 따른 것이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중도 성향의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주 의회 선거에서 승리할 당시도 실용주의 정책을 내세웠다.
기민·기사 연합과 사회민주당 간의 대연정 협상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빛바랜 승리'를 거둔 후 당내 우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가 중도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해석이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우리는 2차 세계대전 후 독일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정치적인 국면을 겪고 있다"면서 "강력한 중도 국민정당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 현지언론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밝힌 페터 타우버 사무총장의 뒤를 잊는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사무총장직에 전념하기 위해 자를란트주 총리직에서 내려온다.
메르켈 총리는 대연정 협상에서도 고소득층 증세 반대와 연간 난민 유입 상한선 설정 등 우파의 정책을 지켜냈지만, 사민당의 진보 정책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예산을 맡는 핵심 부처인 재무장관직을 사민당에 넘긴 것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재무장관에 내정된 올라프 숄츠 함부르크 시장이 기존의 균형재정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사민당이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 예산 책정 작업이 우호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55세의 크람프-카렌바우어를 사무총장에 지명한 것은 '포스트 메르켈'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작업의 하나로도 여겨진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핵심 자리인 사무총장직을 통해 지역 기반의 정치인에서 단박에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부상할 기회를 잡았다.
메르켈 총리는 내각 구성안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경제장관에 기민당의 차세대 주자군 중 한 명인 페터 알트마이어를, 식품농업부 장관에 율리아 클뤼크너를 임명해 후계구도 경쟁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크람프-카렌바우어에 대한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못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시베이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가 크람프-카렌바우어가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가 되는 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찬성 의견은 36%였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오는 26일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사무총장직을 승인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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