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통 인천 서흥초 야구부 해체…위장전입 논란 여파

입력 2018-02-21 18:57
37년 전통 인천 서흥초 야구부 해체…위장전입 논란 여파

학교 측 "소수 야구부원 탓에 다수 학생 권리 제약"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메이저리거를 비롯해 야구선수 250여명을 배출한 37년 전통의 인천 서흥초등학교 야구부가 선수들의 위장전입 논란 끝에 해체됐다.

21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동구 서흥초는 이달 5일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찬성 9표·반대 1표로 야구부 해체를 결정했다.

학교 측은 "동구에 살지 않는 야구부원들이 위장전입을 해 서흥초에 진학했고, 소수의 야구부원이 학교 운동장을 차지해 다수의 학생이 운동장을 쓰는 데 제약이 컸다"며 해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초등학교 운동부 학생 선수도 엘리트 선수 양성 시스템의 피해자라며 놀 권리와 행복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며 향후 운동장을 전교생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다는 계획도 함께 내세웠다.

서흥초 야구부 해체 논란은 2016년 말 이 학교 교장이 '2017학년도부터 위장전입을 할 수 없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불거졌다.

인천에는 남·남동·동·연수구 초교에만 야구부 8개가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서흥초 일부 야구부원도 위장전입을 해 이 학교에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운동부에 등록된 초등생은 체육특기자가 아닌 '학생 선수'로 분류돼 주소지와 먼 학교로 전학을 갈 수가 없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은 중학생 이상 체육특기자라면 주소를 이전하지 않더라도 운동부가 있는 다른 학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했지만, 초등생의 경우 거주지 근처 학교에만 다닐 수 있게 했다.

서흥초 야구부 학부모들은 야구부 해체 결정에 "이전에는 몇몇 학생이 주소지를 옮겨 학교에 다니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들 학교와 가까운 주소에 동거인으로 등록한 뒤 등교하고 있어 위장전입은 없다"고 크게 반발했다.

이어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 소수의 야구부 학생을 희생시키는 것도 교육적으로 전혀 올바르지 않다"며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야구부가 운동장 사용 시간을 줄이는 등 노력을 하겠다고 했지만 교장은 일방적으로 전통 있는 야구부를 해체했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야구부 학부모회 요청을 받아들여 서흥초 야구부 해체를 결정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을 감사할 방침이다.

1981년 창단한 서흥초 야구부는 메이저리거 최지만을 비롯해 노성호·송은범·신민재 등 프로야구 선수를 다수 배출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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