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투자 유치 핑계로 '외유성 출장' 일삼은 경제자유구역청
(서울=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한 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 관계자들이 투자 유치를 명분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일삼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부패예방감시단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지난해 6∼9월 넉 달간 전국 8개 경자청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점검 결과다. 적발된 곳은 부산·진해, 광양만권, 대구·경북 등 3개 경자청인데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이뤄진 공무 해외출장 중 47건이 '외유성'이었다고 한다. 두 개 지자체가 조합형으로 설립한 곳들이 문제였다. 두 개 지자체가 번갈아 청장을 임명하고 본부조직도 따로 운영하다 보니 조직 관리에 허점이 생긴 것 같다. 반면 한 개 지자체가 설립한 인천 등 다른 5개 경자청에선 외유성 출장이 없었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조성된 특별경제구역이다. 2003년 8월 인천에 처음으로 생겼고, 2013년 동해안권과 충북 두 곳이 마지막으로 지정됐다. 자유경제구역을 관리하는 전국 8개 경자청에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총 3천415억 원의 국비가 지원됐다.
국비와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경자청에서 이런 비리가 벌어진 것은 실로 개탄스럽다. '도덕적 일탈'을 넘어서 국가 예산을 횡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가 된 출장 유형은 ▲경자청의 운영, 예산 편성 및 감사 권한을 가진 조합위원(시·도의원, 부시장 등)이 관광 위주의 출장을 간 사례(8건) ▲외자 유치와 무관한 퇴직예정자 등이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온 사례(25건) ▲외자 유치 담당자들이 같은 곳을 중복해 방문하거나 일정을 바꿔 개인 관광을 한 사례(14건) 등이다. 부산·진해 경자청의 조합위원 4명은 지난해 5월 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시찰을 한다면서 아프리카 빈국인 보츠와나·잠비아·짐바브웨 등을 11일간 방문해 사파리 투어, 폭포·펭귄 관람 등을 했다. 광양만권 경자청은 2015년 10월 투자 유치와 무관한 일반 직원 15명을 선발해 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의 관광지를 일주일간 여행하게 하는 등 2015년 한해에만 3차례나 관광성 출장을 보냈다. 일부 경자청 관계자들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등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버젓이 이런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이렇게 잿밥에 정신이 팔렸으니 경자청의 외자 유치 실적이 좋을 리 없다. 실제로 국내 외자 유치 실적 중 경자청이 기여한 부분은 7.6%에 불과하다고 한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기업 점유율도 5.2%밖에 안 된다. 부패예방감시단은 올해 상반기 중 관련 규정을 개정, 연 1회로 몰아서 하던 경자청의 공무 해외출장계획 심사를 일일이 건별로 하고, 그간 심사를 생략해온 '투자 유치 출장'도 대상에 넣기로 했다. 감시단은 이번에 적발된 경자청 관계자 10명에 대한 징계를 해당 지자체에 요구하고, 부당히 집행된 해외출장비도 환수한다고 한다. 당연한 조치이긴 하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