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바이애슬론 선수들, 조직적 도핑 폭로 내부 고발자 상대 소송

입력 2018-02-21 17:28
러 바이애슬론 선수들, 조직적 도핑 폭로 내부 고발자 상대 소송

영구 제명 징계 선수 3명 뉴욕 법원에 소송…"각각 107억원 배상 요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도핑 혐의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러시아 바이애슬론 선수들이 자국의 도핑 내부 고발자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여자 바이애슬론 선수 올가 자이체바, 야나 로마노바, 올가 빌룩히나 등 3명이 20일(현지시간) 전(前) 모스크바반도핑실험실 소장 그리고리 로드첸코프를 상대로 뉴욕주 대법원에 소송장을 냈다.

이들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바이애슬론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4명의 선수 가운데 3명이다. 자이체바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이들은 소장에서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피고(로드첸코프)의 조직적 중상으로 선수들에게 심각한 피해가 입혀지고 그들의 경력이 파괴했으며 경제적, 직업적, 명예적 손해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수 각각에 1천만 달러(약 107억 원)의 손해배상과 추가적 허위 고발 중단 등을 요구했다.

선수들의 소송 비용은 러시아 재벌 미하일 프로호로프가 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이체바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동료들에 대한 도핑 의혹이 조작된 것임을 세상에 알리려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부모에게도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맹세할 수 있다"며 "그런데 왜 사람들은 나를 믿지 않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의 말만 믿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 도피해 있는 로드첸코프의 변호사는 소송 기각 신청을 낼 것이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10년간 모스크바반도핑실험실 소장을 지낸 로드첸코프 박사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2015년 러시아 측의 반도핑 규정 위반 사실을 거론하며 러시아 육상팀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금지를 국제올림픽(IOC)에 건의한 후 생명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도피했다.

로드첸코프는 이후 미국에서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그가 행한 도핑 결과 조작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들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소치올림픽 기간 중 이른바 도핑 칵테일을 복용한 러시아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다른 깨끗한 샘플과 바꿔치기한 사실도 털어놨다.

리우 올림픽 개막에 앞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펴낸, 러시아 도핑에 관한 맥라렌 보고서도 상당 부분 로드첸코프의 증언에 기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라렌 보고서로 리우 올림픽 육상과 역도 종목에 러시아 선수들의 참가가 금지됐고 패럴림픽에는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이 전면 금지됐다.

IOC는 앞서 지난해 12월 소치올림픽에서 자행된 러시아 선수단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 사건을 이유로 러시아 국가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불허하고 개인 자격 출전만 허용했다.

로드첸코프는 현재 연방수사국(FBI)의 보호를 받으며 연방증인보호프로그램의 적용하에 미국 내 모처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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