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어린이 재활병원 공모 방침…대전 유치 '빨간불'
대전 정치권·시민단체 "공모 방침 이해 안 돼…졸속 추진 우려"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대전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문제가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혀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해 어린이 재활병원 설계비가 정부 예산에 포함되면서 대전 건립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보건복지부가 이 사업을 공모로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2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을 지방자치단체 공모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시에 통보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전국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공모를 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다음 달 사업 계획을 공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재활병원 설계비가 올해 예산에 편성됐지만, 사업 대상 지역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공모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대전에만 어린이 재활병원을 설치하는 게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복지부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서류 및 현장 평가 등을 거쳐 이르면 상반기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대상지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공모 입장에 대해 어린이 재활병원 대전 유치를 추진한 장애인단체와 시민단체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전지역 장애인단체와 시민단체는 수년 동안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운동을 벌였고, 지난해 대선에서 '대전에 1호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끌어냈다.
특히 복지부는 어린이 재활병원 설계비 예산 항목에 대전이라는 지역 표기가 없다고 항변하지만, 지난해 국회 예산 통과 과정에서 이 예산은 '대전 어린이 권역 재활병원 설계비' 명목으로 8억원이 순증 됐음이 적시돼 있다.
대전시도 당시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설계비를 확보함으로써 대전지역이 선도적으로 아동 장애 환우의 건강과 재활여건 개선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운동을 벌여 온 김동석 토닥토닥 이사장은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 방법을 실속있게 준비해야 할 시기에 공모라는 불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공모라는 시간 낭비를 통해 어린이 재활병원이 자칫 졸속으로 건립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어린이 재활병원은 건립 자체가 장애 아동과 가족을 치유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며 "공모라는 시간 낭비가 재활병원 건립을 기다리는 장애 어린이와 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재활병원 설계비 예산 확보 1등 공신으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대전 서을) 의원도 복지부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린이 재활병원 설계비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반영 불가 입장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의 지속적인 설득과 요구로 올해 예산에 반영됐다.
박 의원은 특히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경제부처 질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로부터 어린이 재활병원 설계비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낸 인물이다.
박 의원은 "설계비 8억원은 처음부터 대전에 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하는 것을 전제로 세워진 예산"이라며 "공모라는 요식행위보다는 재활 난민의 입장을 고려해 하루빨리 병원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는 공모절차를 거치더라도 어린이 재활병원 대전 유치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이 사업을 준비한 만큼 유치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대전이 어린이 재활병원 1호 건립 지역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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