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찰법 위반' 강용주 1심 무죄…"관찰기간 갱신 위법"
법원 "국보법 위반 재범 위험성 적은데도 보안관찰 기간 갱신"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1985년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4년간 옥살이를 했던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출신 강용주(56)씨가 1심에서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를 벗었다.
법원은 강씨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적은데도 보안관찰 기간을 갱신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강씨가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21일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강씨는 1985년 전두환 정권 시절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특별사면으로 1999년 2월 석방됐다.
다만 국가보안법이나 내란음모 혐의로 3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보안관찰 처분 대상으로 삼는다는 보안관찰법에 따라 보안관찰 대상자가 됐다.
보안관찰법은 보안관찰 처분 기간을 2년으로 하되, 법무부 장관은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그 기간을 갱신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보안관찰 대상자로 지정되면 3개월마다 주요 활동 내역과 여행지 등을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주거지 이전 사유가 생길 때도 미리 신고하게 돼 있다.
강씨는 이 같은 법 조항이 개인의 기본권을 제약한다며 신고의무를 따르지 않았다.
그 결과 2002년과 2010년 각각 벌금 50만원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6년 12월 다시 신고의무 불이행으로 경찰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사안을 심리한 조 판사는 강씨가 국보법을 다시 위반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안관찰 기간을 갱신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조 판사는 "피고인의 거주 형태나 직업, 활동 등을 볼 때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사인 강씨는 광주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면서 각종 언론 기고나 강연 등에 나서고 있다.
조 판사는 또 "신고의무 부과의 전제가 되는 보안관찰 기간 갱신 처분이 위법하면, 법치주의의 원칙상 기본권 보장 규정을 위반한 것이어서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선고 직후 "법치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법원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재판부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줘 감사하다"며 "인권과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스며들게 하는 데에 오늘 판결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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