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빙상장에서 시작한 남자컬링, 평창은 새로운 시작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컬링장도 없던 시절 컬링에 빠진 소년들이 군대를 다녀오고서야 밟은 올림픽 무대에서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끝냈다.
남자컬링 대표팀은 2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예선 9차전에서 일본에 10-4 완승을 거뒀다.
이 경기는 대표팀의 올림픽 마지막 경기였다. 대표팀은 이미 예선 탈락을 확정한 상태였다.
첫째 목표로 설정했던 4강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대표팀은 뜨거운 축하를 보내는 관중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보내며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스킵(주장) 김창민(33)과 김민찬(31), 성세현(28), 오은수(25), 이기복(23)이 모여 결성된 남자컬링 대표팀은 경북 의성컬링훈련원이 홈 그라운드다.
의성컬링훈련원은 2006년 한국 최초의 국제규격 4시트 컬링장이다.
김창민과 김민찬은 한국에 정식 컬링장이 생기기 전부터 컬링을 했다.
김민찬은 '컬링 개척자'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의 아들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가족과 컬링을 즐겼다.
김창민도 아버지가 김경두 전 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인연으로 컬링을 접했고, 김 전 부회장과 아버지의 지지를 받아 컬링 선수가 됐다.
이들은 번듯한 컬링장이 생기기 전인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대구빙상장에서 컬링을 했다. 사람이 없어 자리가 남는 시간에 빙상장에 들어가서 컬링을 했고, 주니어 컬링 선수로 활동했다.
의성컬링훈련원으로 둥지를 옮긴 이후에는 성세현, 오은수와 만났다.
구미 출신인 성세현과 오은수는 고등학교 때 의성컬링훈련원에서 컬링 클럽 활동을 하면서 김창민, 김민찬과 알고 지냈다.
이후 강원도 춘천에서 컬링 선수로 뛰던 이기복·이기정 쌍둥이 형제가 고등학교 졸업 후 함께 선수로 뛸 팀을 찾아 의성에 합류했다.
하지만 공백이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에야 '완전체'로 뭉쳤다.
김창민과 김민찬의 입대 때문이었다.
김창민은 2016년, 김민찬은 2017년 군 복무를 마쳤다.
이들은 제대하자마자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했다.
김창민은 대한체육회 사전 인터뷰에서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1년 앞두고 전역해서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조급했고, 스스로 나를 더 힘들게 채찍질한 시간이었다"고 그 시간을 돌아봤다.
힘든 시간 끝에 태극마크 획득에 성공한 이들은 지난해 11일 세계 정상급 팀만 출전하는 월드컬링투어 그랜드 슬램 대회인 '부스트 내셔널'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막상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초반 아이스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패배의 압박감은 실수로 이어졌다. 대회 시작과 함께 대표팀은 4연패에 빠졌다.
대표팀은 "우리의 시원시원한 플레이가 안 나오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특히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는 관중에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며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팀의 스위핑과 외침은 더욱 간절해졌다.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대표팀은 '컬링 종주국' 영국을 이기면서 연패를 끊어냈다. 컬링 강국 스위스, 이탈리아도 제압하며 희망을 키웠다.
비록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대표팀은 올림픽이라는 최고 무대에서 실패를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
마지막 한일전에서는 자신의 원래의 기량을 완전히 되찾은 모습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중간에도 관중에 손 흔들며 인사하는 등 올림픽을 즐기는 여유까지 보이며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이미 산전수전 겪은 남자컬링 대표팀이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 층 더 성장하면서 미래 기대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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