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태움' 의혹 간호사 유족 등 조사…병원 관계자 소환예정(종합)
스마트폰 메모에 "선배 눈초리에 의기소침해져"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병원 내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투신 자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간호사의 유족과 남자친구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설 연휴였던 15일 투신해 숨진 서울 한 대형병원 간호사 A씨의 유족과 남자친구를 상대로 최근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A씨가 간호사들 사이에서 흔히 '태움'이라고 불리는 가혹 행위로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일컫는 용어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일선 간호사들은 '태움'이 교육을 빙자한 가혹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들도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 위해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를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아울러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고자 A씨의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도 벌일 계획이다.
경찰이 이미 A씨 스마트폰에서 "업무 압박과 선배 눈초리에 의기소침해지고 불안해졌다"는 내용의 메모를 확보한 상태다. 이 메모는 A씨 사망 직전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남자친구와 나눈 스마트폰 대화 내용도 확보해 조사 중이다. 이 대화에는 자존감이 떨어져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도 감사팀 등을 중심으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태움'이 사실로 드러나면 곧바로 징계와 시정조치를 하고, '태움'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교육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개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중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간호사의 스트레스를 줄일 방안이 있는지도 찾아보겠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A씨는 이달 15일 오전 10시 40분께 송파구의 한 아파트 고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고, 유족도 반대해 A씨에 대한 부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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