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468회' 김의용씨 "헌혈하느라 38년간 해외여행도 안가"
가족 백혈병 계기로 1980년부터 시작…"남도 돕고 내 건강도 챙겨"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헌혈 때문에 해외여행도 한 번 간 적 없어요. 이제 헌혈을 못 한다니까 서운한 마음뿐이네요."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헌혈의집 신촌연대앞센터에서 생애 마지막 헌혈을 한 김의용(70)씨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못내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실제로는 1947년 11월생 돼지띠지만 주민등록상 1948년 2월 28일생인 김씨는 헌혈이 법적으로 만 69세까지만 가능한 탓에 이날 마지막 헌혈을 하게 됐다.
김씨는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혈액정보관리시스템(BIMS) 상으로 그간 총 467회 헌혈을 했다.
혈액을 분리 과정 없이 그대로 뽑아내는 전혈 헌혈을 17회 했고, 혈장성분헌혈(443회)과 혈소판성분헌혈(7회) 등 성분 헌혈을 450회 했다.
이날 공식적으로 468번째 헌혈을 한 김씨는 "전산 기록은 1989년부터 기록돼있지만 사실 1980년부터 했기 때문에 실제 횟수는 더 많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씨는 1980년 가까운 가족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 헌혈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당시 병원 원무과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평소 응급실 환자들도 많이 보던 차에 가족까지 잃게 되자 헌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2주마다 한 번씩 헌혈을 하면서 동시에 적십자사 혈액원에서 거리 캠페인 등 봉사도 했다. 지난 13년 동안 공식 기록된 봉사시간만 6천100여 시간에 달한다.
그는 헌혈 캠페인 봉사에 더 매진하기 위해 병원을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또 헌혈을 정기적으로 하기 위해 매일 30분씩 집에서 사이클을 타는 등 건강 관리에 온 신경을 쏟았다.
김씨는 "외국에 갔다 오면 헌혈에 제약이 생기니까 가족과 친구들이 해외여행을 가자고 제안해도 거절했다"면서 "이제 헌혈을 못 하게 됐으니 가족들이랑 처음 해외여행을 가보려고 한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헌혈 사랑'은 아들에게 대물림됐다. 아들 정우(40)씨도 벌써 30여 차례 헌혈을 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들한테 헌혈을 권유하지도 않았는데 내 모습을 보다 보니 자연스레 하러 가더라"며 웃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과거와 달리 시간이나 마음에 여유가 없어 헌혈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가 피를 수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분이 헌혈을 해서 다른 사람도 돕고 스스로 건강도 챙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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