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강제출국 대상자도 인도적 사유 있으면 체류연장 필요"
80대 노모 뇌경색 앓는 중국동포에 일시적 체류 허가 권고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는 국적 신청을 기각당해 강제출국 명령을 받은 외국인이더라도 가족이 질병을 앓는 등 인도적 사유가 있으면 체류기간을 연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는 전날 오전 임시 상임위원회를 열고 모친이 뇌경색을 앓는 중국동포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린 법무부 산하 A출입국관리사무소에 보호일시해제 기간 연장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중국동포 황모씨는 2004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만든 위명여권을 이용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강제출국 당했고, 2011년 본명으로 다시 입국했다.
황씨는 2017년 귀화를 신청하려고 A출입국사무소를 찾았는데, 출입국사무소는 황씨가 과거 위명여권을 사용한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국적 신청을 기각하고 강제출국 명령 및 입국규제 10년 처분을 내렸다.
이에 황씨는 노모가 뇌경색을 앓고 있어 간호해야 한다면서 출입국사무소에 2천만원을 예치하고 미리 예매한 중국행 항공권과 각서를 제출해 보호일시해제 허가를 받았다.
그는 보호일시해제 기간을 3회 연장했고 이달 23일 허가가 종료된다. 황씨는 모친에 이어 동생도 뇌경색을 앓고 있다면서 기간 연장을 재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인권위가 조사한 결과 황씨 모친은 국적회복자였으며 유전자 검사로 황씨의 친모임이 확인됐고, 81세의 고령으로 뇌경색과 치매를 앓고 있는 점도 사실로 확인됐다.
황씨 동생 역시 뇌경색과 치매, 고혈압 등 질환에 시달리는 사실이 확인됐다. 황씨 모친과 동생은 모두 간호인이 없으면 일상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간호는 황씨 혼자 맡고 있었다.
A출입국사무소는 "황씨 강제출국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으며 과거 위명여권 사용자여서 현재 사용하는 이름과 신원도 확실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일단 출국한 후 자국 정부로부터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아 적법하게 재입국해야 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황씨가 당장 강제출국되면 병에 시달리는 가족들이 완전히 방치되거나 제대로 된 간호를 받지 못할 수 있어 이 가족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A출입국사무소에 "인도적으로 황씨 가족의 간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보호일시해제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인권위는 "출입국 행정처분 집행 중인 강제퇴거 대상자에 대해 출입국사무소가 인도적 사유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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