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포항, 풍경 수려한 한반도의 꼬리

입력 2018-03-09 08:01
[연합이매진] 포항, 풍경 수려한 한반도의 꼬리



(포항=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한반도의 꼬리에 해당하는 포항은 예부터 풍광이 빼어난 곳으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일출명소인 호미곶은 조선 10경 중 하나로 꼽혔다. 우리나라 대표 산업도시로 알려졌지만 비경을 품은 산과 바다, 다채로운 먹거리가 있어 여행지로 그만이다.

포항 최북단에 있는 내연산(內延山)은 최고봉이 해발 930m에 불과하지만 이 지역에선 가장 높은 산이다. 산행은 보통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내연산은 그렇지 않다. 계곡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 기암절벽과 폭포를 감상하고 내려오면 되는 산이다. 동해선 철도 개통으로 내연산 접근이 편리해졌다. 포항 시내에서 출발하면 1시간 30분 걸렸지만 월포역에서 510번 버스를 타면 30분 만에 닿을 수 있다.



◇ 골짜기에 참모습 간직한 내연산

내연산의 원래 이름은 종남산(終南山). 신라 진성여왕이 견훤의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문 이후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조선 시대 화가 겸재 정선은 포항에 2년간 머물 때 내연산의 풍광에 반해 이곳을 화폭에 담기도 했다.

내연산의 참모습은 골짜기에 있다. 12개의 폭포와 소(沼),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가파른 절벽 위에 있는 선일대와 최근 조성된 소금강 전망대에서는 선계 같은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다.

신라 시대 사찰인 보경사를 지나 왼쪽 길로 접어들어 평탄한 산길을 1.5㎞쯤 가면 상생폭포, 보현폭포, 삼보폭포 등이 하나씩 나타난다. 이 중 잠룡폭포 일대 골짜기는 영화 '남부군'에서 수많은 남부군 대원들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발가벗고 목욕하는 장면을 찍은 곳이다.

계곡을 따라가면 폭포를 계속 볼 수 있지만 소금강 전망대로 가려면 보현암 방향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보현암에서 30분 정도 가파른 탐방로를 오르면 드디어 전망대가 나타난다. 바닥에 투명 유리가 깔린 반원형 전망대에서는 내연산 계곡과 폭포, 맞은편의 선일대가 아이맥스 영상처럼 시야를 가득 채운다.



◇ 활기찬 죽도시장…낭만적인 포항운하

포항역에서 차로 15분 거리의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로 점포가 1천300여 개에 달한다.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회센터를 비롯해 수산물·건어물·농산물·생활용품 점포가 25개 구역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과메기, 회, 물회, 대게 등 포항의 대표 먹거리를 싼값에 맛볼 수 있다. 겨울에는 특히 과메기와 대게를 파는 수산물 구역이 가장 붐빈다. 과메기는 1만원, 1만5천원, 2만원 단위로 포장 판매해 사 들고 가기 좋다. 야채, 미역이 들어 있는 세트도 있다. 고래고기, 칼국수와 수제비, 돼지국밥과 한우곰탕, 보리밥정식, 그리고 다양한 맛의 호떡이 군침이 돌게 한다.

죽도시장 동쪽에 있는 포항운하는 낭만 여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과거 동빈 내항과 형산강 사이의 매립지에 물길을 만든 곳으로 운하 양옆으로 깔끔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군데군데 예쁜 다리가 놓여 있다.

이곳에선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포항운하관 크루즈선착장에서 출발해 포항운하, 동빈내항, 송도해수욕장을 거쳐 돌아오는 기본 코스, 운하를 따라 포항여객선터미널까지 갔다 돌아오는 내항 코스가 있다. 크루즈에서 바라보는 도시와 운하, 항구, 해수욕장의 모습은 꽤 낭만적이다. 특히 7~9월에는 야간에도 즐길 수 있다. 크루즈는 각각 40분이 걸린다.

포항운하 여행의 백미는 해 질 녘에 만날 수 있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면 운하 수면에 다리와 도시의 불빛이 반사되며 동화 속 같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여름에 크루즈를 타면 황홀한 석양도 감상할 수 있다.



◇ 호미반도길, 기암과 바다의 하모니

포항에서 반드시 들를 여행지를 꼽는다면 뭐니뭐니해도 호미반도다.

심신을 치유하는 산책로로 이름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해돋이 명소인 호미곶,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등 눈길 끄는 명소가 널려 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포스코 인근에서 시작해 해안선을 따라 도구해수욕장,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장군바위, 구룡소를 거쳐 호미곶까지 이어진다. 호미반도 동쪽 해안을 따라난 해파랑길까지 포함하면 전체 길이가 58㎞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바다 위로 목재 덱을 설치한 입암리 선바우~마산리 700m 구간의 경치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 길 어디에서나 아름답게 수놓은 기암절벽과 주상절리를 감상하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호미곶에서는 바다에 설치된 조형물인 '상생의 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인근 바닷가를 걷는 것이 방문객의 필수 코스다. 바다 위에 설치된 전망 덱에는 해가 뜨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소년 동상이 서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안선의 풍광도 아름답다. 호미곶 해맞이광장에는 새천년기념관이 서 있고, 북쪽으로는 국립등대박물관이 있다.

호미곶 남쪽의 구룡포에는 앞바다에서 용 아홉 마리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곳 어장에는 물고기가 풍부하고, 해안선은 경치가 빼어나다. 하지만 이곳은 100여 년 전 물고기 떼를 쫓아 찾아온 일본인이 모여 살며 수탈했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구룡포항 뒤편 골목에는 일본인 가옥거리가 조성돼 있다.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좁은 골목을 따라 일본식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촬영된 가옥을 찾는 발길이 잦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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