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국가대표들…다큐 '우리는 썰매를 탄다'

입력 2018-02-21 09:50
수정 2018-02-21 11:51
우리가 몰랐던 국가대표들…다큐 '우리는 썰매를 탄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3년간의 기록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아이스하키도 큰 인기가 없는 한국에서 '파라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장애인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벌이는 아이스하키다. 한 팀은 골리를 포함해 6명으로 구성되고 룰도 비장애인 아이스하키와 같다.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탄다는 점이 다르다. 썰매를 추진하는 스틱에는 퍽을 칠 수 있는 블레이드가 달려있다. 선수들은 상체만 이용해 얼음을 지친다.

국내 등록 선수는 40명. 유일한 실업팀 강원도청 선수들 대부분이 국가대표다. 영화 '우리는 썰매를 탄다'는 파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의 분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센터 포지션을 왜 비워주냐고!" 링크 바깥의 감독 목소리가 매섭다. 연습경기 상대는 썰매 아닌 스케이트를 타는 비장애인 선수들이다. 파라 아이스하키 팀이 국내 하나뿐이어서 연습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빙판 위를 전력 질주할 때의 속도감과 썰매가 뒤집힐 만큼 격렬한 몸싸움은 비장애인 경기 못지않다. 링크에서 전해지는 긴장과 열기는 장애인 체육이 재활의 일환이라는 통념을 깨기에 충분하다.

장애와 관련한 사연은 누구나 있다. 선수들은 다리가 있었던 부위에 환상통을 느끼고 꿈속에선 두 다리로 축구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선수들의 고통을 전시하지 않는다. 자녀 운동회에서 "마음은 나도 달리고 싶다"고 말하는 선수는 활짝 웃고 있다.

장애가 아니라 열악한 환경 때문에 운다.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선수들끼리 돈을 걷은 적도 있다. 훈련지 강릉에서 숙박비가 없어 해변에서 잔 경험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친다.



이들이 운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재활이 아니라 국가대표로서 자부심 때문이다. 2006년 강원도청 실업팀 창단 이후 6년 만에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 월드챔피언십에서 은메달을 땄다. 장애인·비장애인 통틀어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 역시 알아주는 사람 없지만 주사기로 피고름을 짜내며 뛴다.

김경만 감독은 흔한 내레이션도 없이 3년간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한 선수는 이렇게 말한다. "두 가지 인생을 살아 행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영화는 평창 동계 패럴림픽 개막 이틀 전인 다음달 7일 개봉한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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