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도 '가짜뉴스와 전쟁'?…비판언론 재갈 논란
마르코스 독재정권 이후 첫 대통령궁 기자 출입금지 조치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에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나섰다. 그러나 불도저식 국정 운영을 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비판 목소리를 옥죄려 한다고 언론계가 반발한다.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궁은 두테르테 대통령 지시로 전날 유력 온라인매체 래플러 기자의 대통령궁 출입을 금지했다.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래플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이 매체는 TV 생중계를 보고 대통령 활동을 취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통령궁이 기자 출입금지 조치를 한 것은 1970∼1980년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시절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앞서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는 1월 래플러가 외국인의 언론사 지분 소유와 운영 금지 규정을 어겼다며 법인 등록을 취소했다. 래플러는 이에 불복해 제소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래플러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인권 유린을 문제 삼고 최근에는 논란이 된 해군의 호위함 도입사업에 대통령 측근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해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정부는 일간 인콰이어러 등 일부 다른 언론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래플러는 자사 기자의 대통령궁 출입금지 조치에 대해 성명을 통해 "독립 언론인들을 위협하려는 권력의 또 다른 사례"라며 "대통령궁이 공익 문제에 관한 논의를 독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필리핀 언론인연맹(NUJP)은 "우리가 보도해야 할 것을 받아쓰게 하려는 모든 시도에 계속 저항해야 한다"며 언론계의 단합을 촉구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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