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특사, 칠레 주교 아동 성추행 은폐 의혹 조사 착수

입력 2018-02-21 07:02
교황청 특사, 칠레 주교 아동 성추행 은폐 의혹 조사 착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로마 교황청 특사가 칠레 주교의 아동 성추행 은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고 라 테르세라 등 현지언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몰타 출신의 성직자로 교황청 쿠리아 신앙교리성의 고위 관리인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는 이날 칠레에서 성직자의 아동 성 추문을 덮었다는 비난을 받는 후안 바로스 주교와 관련된 피해자들을 비공개로 만나 진술을 청취하고, 서면 증언을 받았다.

그는 면담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교황의 특사로 바로스 주교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칠레에 왔다"고 말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뉴욕에 들러 바로스 주교의 성 추문 은폐 의혹의 핵심 증인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를 만난 뒤 전날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바로스 주교는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2011년 면직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제자로,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을 묵인해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로스 주교는 자신의 스승이자 멘토였던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했으나, 카라디마 신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바로스 주교가 성추행 장면을 목격하고도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논란에도 2015년 바로스를 칠레 남부 오소르노 지역의 주교로 임명했다.

교황은 특히 지난달 칠레 방문 당시 북부 항구도시인 이키케에서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은폐 의혹을 받는 바로스 주교와 관련한 칠레 기자의 질문에 "증거를 갖고 오면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바로스 주교에 대한 비판을 중상모략으로 치부해 현지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교황은 이후 로마로 돌아오는 귀국 비행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내 발언이)학대받은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바로스 주교의 결백을 믿고 있다고 말하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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