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핀란드전 득점' 라던스키 "태극마크, 자랑스럽다"
전두엽 손상된 어머니 사연 알려져…"캐나다 가족, 미국 친구들도 응원했다"
(강릉=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1호 귀화선수' 브락 라던스키(35·안양 한라)에게 태극마크를 달고 뛴 첫 번째 올림픽은 무척 특별했다.
라던스키는 20일 강원도 강릉의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핀란드와 경기에서 1득점했다. 한국이 2-5로 패하면서 평창올림픽과 작별하지만, 라던스키는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경기 뒤 만난 라던스키는 "한국 대표팀 일원으로 올림픽 무대에 섰다. 정말 자랑스럽다"며 "체코전에 1도움, 오늘은 강팀 핀란드를 상대로 득점도 했다. 정말 기뻤다. 응원해준 관중들께 감사 인사드린다"고 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출신인 라던스키는 2002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신인 드래프트에서 에드먼턴 오일러스에 3라운드 지명을 받을 정도로 유망주였다.
하지만 2001년 12월 어머니 코니가 집 근처에서 조깅하던 중 과속 차량에 들이받혀 뇌를 크게 다치면서 라던스키도 슬럼프에 빠졌다.
어머니는 기억력과 사고력을 주관하는 전두엽이 크게 손상된 탓에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부모의 이혼 등 불행한 가정사가 겹쳤다.
라던스키는 NHL 입성에 실패했고, 독일 리그를 거쳐 2008년 9월 한라와 계약했다.
한라 소속으로 2008-2009시즌부터 아시아리그에 뛰어든 라던스키는 데뷔 시즌에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최다 골(29골), 최다 어시스트(28도움)를 달성했다.
라던스키는 2013년 3월 귀화하며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평창 준비'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라던스키는 지난해 오른쪽 엉덩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아버지의 부고까지 받았다.
불운이 가득했던 그의 인생에 평창올림픽은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그리고 최근 어머니가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
이런 라던스키의 사연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캐나다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라던스키는 "어머니는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메시지를 전하는 정도다. 아주 기초적인 단계지만,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라며 "캐나다에 있는 가족, 미국 대학 친구들도 올림픽에서 뛰는 나를 응원했다. 이런 응원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 수술을 받는 등 역경을 극복하고 한국 팀에 공헌해 매우 기쁘다"고 했다.
라던스키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도약에 크게 공헌했다.
국적을 바꾸는 큰 결심을 한 라던스키도 한국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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