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쌍두마차·스마일 맏언니·막내 라인…역대 최강 女대표팀
가지각색 스토리 안고 출전한 평창올림픽, 감동의 역주 펼치며 2연패 달성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포의 대상인 '쌍두마차' 최민정(성남시청)과 심석희(한국체대),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춘 '맏언니' 김아랑(한국체대), 밝은 모습이 보기 좋은 막내 김예진(한국체대 입학예정), 이유빈(서현고) 등 대표팀 선수들은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올림픽 2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쇼트트랙 여자 계주는 일찌감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원투펀치'의 존재감이 워낙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심석희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부터 기량을 인정받았다.
만 17세에 출전한 소치 대회에서 심석희는 차세대 에이스 자리를 점찍었다.
특히 소치 대회 여자 계주 결승에서 반 바퀴를 남겨놓고 중국 선수를 극적으로 추월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심석희는 4년 동안 기량을 더욱 끌어올렸으나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유독 힘든 시기를 보냈다. 대표팀 코치에게 구타당해 대표팀을 이탈했다가 복귀하는 등 아픔을 겪었다.
불운은 개인전에서도 계속됐다. 여자 500m와 여자 1,500m에서 예선 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심석희는 휴식을 반납한 채 훈련에 전념해 계주에서 보란 듯이 일어났다.
'쌍두마차'의 또 다른 축인 최민정은 존재만으로도 대표팀에 큰 힘이 됐다.
일찌감치 중장거리는 물론 한국 선수들의 취약종목인 단거리 500m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전천후 완성형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실격당하며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았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여자 1,500m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우승했다.
여자 계주 예선에서는 이유빈이 넘어지자 재빠르게 터치한 뒤 무서운 속력 주파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맏언니 김아랑은 팀을 하나로 뭉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개막 전 코치진 구타 사건 등으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자 심석희의 생일에 맞춰 축하자리를 마련해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여자 1,500m 결승에서 4위를 기록한 뒤 우승자 최민정에게 다가가 진심 어린 축하를 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대표팀 후배들에게 '나보다 팀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알렸고, 후배들이 중심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평촌고를 갓 졸업한 '무서운 10대' 김예진은 스타트 능력이 뛰어난 단거리 유망주다.
그는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난해 2월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에서 이탈리아 레전드 아리아나 폰타나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계주에만 출전하지만, 4년 뒤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분홍색을 좋아해 분홍색 장비만 고집할 정도로 엉뚱한 구석이 있는 김예진은 통통 튀는 성격으로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이제 고교 2학년에 올라가는 이유빈은 가수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그러나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눈빛이 바뀐다.
평창올림픽에선 여자 계주만 출전했다. 여자 계주 예선전에서 넘어지는 돌발 변수를 만났지만, 뒤따라오는 최민정에게 침착하게 손을 들어 바통 터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성넘치는 다섯 명의 선수는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쇼트트랙 결승전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은 뒤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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