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컬링팀 멘토 김경두씨 "마지막 봉우리 꼭 넘고 싶어"

입력 2018-02-20 19:14
[올림픽] 컬링팀 멘토 김경두씨 "마지막 봉우리 꼭 넘고 싶어"

의성에 컬링장 건립 주도하고 현 대표선수들 키운 인물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여자컬링 대표팀은 한국 컬링 사상 최초로 올림픽 4강에 진출한 소감을 밝히면서 "한국 컬링 역사는 김경두 교수님이 시작했다"며 김경두 씨에게 영광을 돌렸다.

김선영은 2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예선 7차전에서 미국을 제압하고 4강행을 확정한 직후 인터뷰에서 "4강에 갈 수 있을 때까지 이끌어주신 감독님과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정말 인정할 만한 역사를 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정 여자컬링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어디서 떨어져 등장한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아니다. 우리는 10년간 저희를 이끌어주시는 김경두 교수님에 의해 키워지고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남자컬링, 여자컬링, 믹스더블 대표 선수들은 대한체육회 사전 인터뷰에서 '선수생활에 가장 큰 도움이 된 멘토'로 하나같이 '김경두 교수님'을 꼽았다.

대표팀에서 '김경두 교수님'이라 불리는 그는 2006년 경북 의성에 한국 최초의 4시트 컬링장인 의성컬링훈련원 건립을 이끈 인물이다.

의성여고·의성여중을 다니던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은 이 컬링장에서 학교 체육 시간과 방과 후 활동으로 처음 컬링을 배웠고, 지금의 올림픽 스타가 됐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김경두 씨 손에 이끌려 여러 국제대회를 다니면서 어린 나이에도 풍부함 경험을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북과학대 교수, 경북컬링협회 부회장, 의성컬링훈련원장 등을 맡은 김경두 씨는 김민정 감독과 남자대표팀 선수인 김민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레슬링 선수였던 김경두 씨는 30대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컬링에 투신했다.

몸이 약했던 아내의 체력 단련을 위해 온 가족이 컬링을 하면서 김민정 감독과 김민찬 선수도 자연스럽게 컬링의 길을 걷게 됐다.

김민정 감독은 한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지금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세계적인 기량을 갖출 수 있도록 힘쓴 아버지를 생각하면 몇 번이고 인터뷰 중에 눈물을 흘린다.

김 감독은 이날도 "그분의 노력으로 컬링장이 지어졌고 선수들이 성장했다. 아직 한국의 컬링 인프라가 부족한데, 저희를 통해 컬링이 더욱 주목받는다면 우리도 훌륭한 시스템에서 최선을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김경두 씨는 자신의 제자들이 4강 진출 쾌거를 이룬 직후 연합뉴스 통화에서 "컬링을 배우러 캐나다까지 갔는데, 외국인은 등록이 안 돼서 청강생 자격으로 컬링 고급 지도자 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 영어도 못해서 통역까지 썼다"고 돌아봤다.

그는 "컬링을 개척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어려울지 몰라서 힘들 때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나 스스로 질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흐뭇하게 웃는다. 하지만 아직 목표에는 도달하지 않았다며 또 다른 각오를 다진다.

김경두 씨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마지막 넘고 싶은 봉우리가 있지만, 지금은 입에 담지 못하겠다. 한 곳만 바라보고 있다. 힘들어도 꼭 넘고 싶다"며 제자들이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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